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쓰담 Aug 13. 2023

저녁 대실패

장을 봤다. 우유도 없었고 계속 잊어버린 김도 사야 했다. 마트 엘리베이터 벽면에 '브로콜리 990원'이라고 쓰여있다. 오랜만에 브로콜리도 사야겠다.


구매목록을 적어갔지만 조금 넘치게 샀다.

브로콜리를 찾고 있는데 지글지글 맛있는 냄새가 났다. 버이다. 고기보다 맛있단다. 그럴 리 없다. 그래도 있었다. 더라. 맞다, 미송화버섯.


따뜻한 버섯을 시식하고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가 이내 부여잡았다. 버섯을 담아놓은 봉지를 슬쩍 보니 생각보다 많았다. 눈치채셨는지 원하는 만큼 담아준다고 하셨다. 원하는 만큼 담아달라고 말했다. 그람당 계산해서 가격표를 붙여오셨다. 11,380원.

브로콜리 옆에 빨갛고 노란 파프리카도 990원이었다. 대놓고 잡아 잡수는 야채들의 향연이었다.


간장비빔국수를 했다. 내일 저녁 메뉴를 고민하던 어제 아이들이 먹고 싶다 했다. 간장비빔국수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가끔  메뉴이다. 남편에게 물었다. 그제부터 회사 일이 바빠 남편은 아직 회사에 있다. 간장, 설탕, 참기름섞어두고 면을 삶아서 비벼먹으면 된다고 했다. 간단하네.

참고로 6월 하순부터  시작했어서 지금은 일이 소강된 상태이다. (나도 참 _●)



저녁을 먹던 아이들이 한숨을 쉬었다. 화가 났다. 아무리 입에 안 맞아도 그렇지 요리한 사람 성의가 있는데 한숨을 쉬다니. 물론 아무 의미 없을 수 있지만 상황과 맥락상 국수에 대함이 분명했다. 쳇.


"입에 안 맞으면 먹지 않아도 돼. 밥이라도 먹자.

우리는 국수나 라면을 먹어도 항상 밥을 같이 한다.


이제야 생각났는데 한참 전에도 실패했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호기롭게 재도전이라니.

남편의 간장비빔국수에 내가 넘을 수 없는 비율이 있나 보다. 아닌가, 손맛인가.



국수대실패


남편에게 톡을 보냈다. 왜냐고 묻는데 낸들 알겠나. 그저 '거의 다 버렸다'고만 답했다. 속상다.


반찬도 나만 맛있게 먹었다. 나라도 잘 먹었으니 됐지 뭐.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거부한 아이들에게 성내지 않고 크게 소리 내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니, 어떻게 이게 맛이 없을 수 있지? ... 있지, 그럴 수 있지.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지비츠가 하고 싶었던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