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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방끈수공업자 Oct 05. 2024

학생들이 잘 되었으면 좋겠는 다섯가지 이유

대학원생들은 나에게 온 손님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마다 정도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마저도 별 의미없는 차이겠지만) 내 품 안에 와있는 동안 한껏 성장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연애 시절 아내 친구들이 "XX이 어디가 좋아요?"하던 질문에 뭐 그냥 다 좋다고 말한 것처럼 학생들도 그냥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길을 걸으며 한번 그 이유를 세어보았다. 약간은 인류애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도 있고 나의 안녕을 위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1. 젊은이들은 우리나라의 미래

해외에서 지내다 한국에서 살기 위해 돌아왔다. 한국의 미래 상황은 결국 나의 미래와 맞닿아있다. 어른들은 아무 이유 없어도 젊은이들이 성장하도록 도울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라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도와야한다. 낮은 혼인율, 출생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결혼하고 아이 낳을 환경을 마련해줘야한다. 


2. 착한 사람들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권선징악은 전래동화에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착한 사람보다 셈이 빠른 사람들이 성공한다. 착한 사람들은 자기 몫을 뺏기기 쉽다. 나는 나라도 그 뺏긴 몫을 채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종교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내가 가진 피해 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다) 우리 연구실 학생들은 다 착하다. 선하다. 그래서 이 친구들이 잘 되어서 착한 사람도 충분히 잘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소소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 그런 믿음은 내 안에만 머물러 있어도 좋고, 기회가 되면 눈덩이처럼 굴려나가고 싶기도 하다.


3. 학생들의 성장과 직결된 연구실의 성장, 그리고 나의 성장

학생들이 성장해야 연구실도 성장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당장의 노동력을 쓰기 보단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믿어주면 학생들은 반드시 그 믿음에 보답한다. (물론 모두가 논문과 같은 가시적 연구 성과로 보답할 수는 없다.) 내가 학생들을 돕듯, 학생들끼리도 서로 돕는 조직 문화를 만들면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큰 질량으로 힘을 내기 시작한다. 그것은 결국 나의 성장이기도 하다.


4. 학생들의 성장을 보며 느끼는 심리적 보상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작년까지, 지난달까지는 못하던 일을 해내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이야, 내가 정말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살아도 애는 커주는구나, 하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무언가를 보살피며 성장시키는데서 오는 심리적 만족감은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입학할 때 아무것도 모르던 학생, 몇 달간 진도가 안나가서 혼나던 학생이 어느 덧 번듯하게 자라서 맡은 바 일을 척척 해내는 것을 보면 마음이 푸근하다.


5. 사회로 뻗어나갈 제자들의 네트워크

이건 약간 개인적인 욕심에서 비롯된 마음인데, 내가 학생들을 잘 키워서 로봇 업계, 학계 곳곳으로 보낼 수 있다면, 그 네트워크가 나의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10년 쯤 뒤면 졸업생들이 나를 먹여살릴 수도 있다. 과제 같이 하자고 척척 가져왔으면 좋겠다는 아주 명백한 사리사욕...ㅎㅎ



취업이 확정되었지만 출근일이 아직 남은 졸업생이 자꾸 실험실에 놀러 나타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가꾼 이 환경이 다시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악몽이 아닌 좋은 추억으로 남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물론 나도 소위 Gen-Z 세대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 그 이후에 올 또 어떤 세대들의 낯선 태도에 질려 이런 마음이 다 사라져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상황을 애초에 만들지 않도록 사람을 잘 뽑아야하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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