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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이 Apr 02. 2018

[#2] 자연을 자연스럽게, 그래서 캐나다

캐내디언 로키와 밴프 국립공원 탐험기

※ 본 여정은 지난 2017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14일까지 진행되었던 여행을 리뷰한 내용입니다.


회사 동기들과 함께 떠난 오로라 탐험 여행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그토록 꿈꾸던 오로라를 보기 위해 떠나기 전 베이스캠프로 정한 앨버타(Alberta) 주의 캘거리(Calgary)가 1부. 그리고 대망의 오로라 탐험이 펼쳐진 유콘(Yukon) 준주의 화이트호스(Whitehorse)가 2부다. 오로라 탐험에 앞서 먼저 캘거리에서의 이야기를 먼저 전한다. 오로라 소식을 듣고 싶은 분들은 조금만 더 기대감을 갖고 기다려주시길.




1. 캐나다 캘거리에는 오로라탐험대의 귀인이 있다.


우리가 베이스캠프로 앨버타 주의 캘거리를 선택한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먼저 이번 여행의 목적이 오로라 탐험에 있지만, 그에 앞서 캐나다 현지인들의 생활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둘째, 화이트호스로 떠나기 위한 항공편이 캘거리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콘 준주의 화이트호스로 가는 직항은 없으며, 캘거리나 밴쿠버를 경유해서 가야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캘거리에는 우리 오로라탐험대의 귀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귀인이라 함은 우리 오로라탐험대의 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J 과장님이시다. J 과장님은 현재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캘거리에서 살고 계신다. 사실상 캘거리를 가는 이유의 8할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J 과장님 덕분이다. 화이트호스에서의 1주일과 캘거리 다운타운의 며칠을 제외하고 주말을 모두 과장님 댁에서 보냈다. '동기'와 '직장'이라는 단어로 이어진 인연이 이렇게 소중한 기회로 다시 이어질 줄이야. 한 명도 벅찰 텐데 무려 3명이나 그것도 정말 따뜻하게 맞아준 과장님 부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 야생미 뿜뿜, 캐내디언 로키를 보러 가는 길


다운타운에서의 이틀을 보낸 뒤 주말에 과장님과 다시 조우했다. 우리가 다운타운을 벗어나 가장 먼저 가기로 정한 곳은 이곳 앨버타 주의 자랑이자 북미의 척추라고 할 수 있는 '캐내디언 로키(Canadian Rocky; 로키산맥)'를 방문하는 것. 그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밴프 국립공원(Banff National Park)'으로 향하기로 했다.  


로키산맥을 향해 달리는 길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


밴프 국립공원은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캐내디언 로키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빙하와 빙원을 포함해 호수 등과 함께 천하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너무나 청명한 날씨에 마치 매드맥스를 방불케 하는 북미의 직선 도로에 감탄하며 밴프까지 약 2시간여를 달렸다. 뛰어난 가시거리에 캘거리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가까운 듯 보이는 로키산맥이 벌써부터 오로라탐험대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이 이름 모를 호수마저 아름다운 로키 가는 길


거칠게 깎아놓은 단면과 하얀 만년설이 병풍처럼 지평선에 펼쳐진다. 그리고 도로 좌우에는 드넓은 앨버타 주의 평야가 있다. C는 갑자기 이것이 진정한 와일드 라이프라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당장이라도 산속에 들어가 나무베기를 해야 할 것만 같다며 점점 캘거리와 로키산맥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3. 마법 같은 겨울왕국 Sulphur Mountain의 정상에는 외로운 엘사가?


하지만, 밴프가 가까워지고 로키산맥의 중심으로 더 들어갈수록 날씨가 점점 흐려진다. 험준하고 높은 산세 사이로 안개가 드리워지자, 멀리서 바라본 비경은 오히려 가까이 가자 아득하게 멀어진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로키산맥의 산 중 하나인 '설퍼 산(Sulphur Mountain)'의 곤돌라를 타기로 했다. 이 산과 곤돌라는 최근 방송된 한 패키지여행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더라.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 뒤 등산로를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산 정상인 Sanson Peak다.


설퍼 산은 높이가 2,451m에 달하는 매우 높은 산이다. 한라산에 비교하면 약 500m가 더 높고 백두산보다는 약 300m 정도 낮다. 설퍼 산에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Sanson Peak인데 여기까지 곤돌라로 이동할 수 있다.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 이용객이 거의 없다. 그래도 아르바이트생들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즐겁게 맞아준다.

  

막 찍어도 거의 내셔널 지오그래픽급!


우리의 J 과장님은 정상으로 오르는 곤돌라에서 내내 날씨가 좋지 않아 너무 슬프다며, 여름에 오면 정말 예쁘다며, 자신이 찍은 여름의 밴프를 보여주시면서 안타까워하신다. 우리에게 더 예쁜 밴프를 소개해주지 못해 못내 아쉬워하시는 과장님. 괜찮아요. 이 설산의 비경도 너무나 아름다운걸요!


눈보라에도 신난 오로라탐험대와 우리의 J 과장님


곤돌라에서 내린 후 Sanson Peak 까지는 조금만 걸어가면 된다. 눈보라가 점점 더 거세진다. 눈보라에 안개에 가려 밴프 마을과 이를 둘러싼 로키산맥의 절경은 잘 보이지 않지만, 산 정상에 마법처럼 불어오는 눈보라와 나무에 아찔하게 맺혀있는 눈꽃들이 마치 겨울왕국에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할 만큼 신비롭다. 역시 겨울은 겨울다워야 자연스럽게 제멋인 것이다.


이 높은 곳에 사람이 살았었다니!


Sanson Peak에는 아주 흥미로운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 외롭게 자리 잡은 작은 관측대다. 이 기상관측대는 무려 1903년에 지어진 것으로 실제로 관측사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기상을 관측했다고 한다. 이제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으나 건물 내부를 보면 그 당시 관측사가 생활했던 소박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기상 관측사는 이곳에서 외로움을 이겨내며 성실하게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다했을 것이다. 마치 겨울왕국의 엘사가 홀로 외롭게 자신의 시간을 보내던 것처럼.




4. 동화 속 마을처럼 소박한 밴프
  

눈보라 치는 로키산맥을 한눈에 가득 담고 난 뒤, 우리는 밴프의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밴프의 다운타운은 산악 마을답게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주를 이루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마을 곳곳에서 펄펄 끓고 있는 초콜릿들.


동화처럼 작고 소박한 산악마을


이 초콜릿을 보고 그냥 지나쳐야 하다니...!


밴프에는 초콜릿 판매점이 많은데, 어찌나 많이 끓이던지 상점 앞 거리를 지나가기만 해도 초콜릿 향이 우리 모두를 홀릴 정도다. 이렇게나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마을에 마을을 가득 채우는 초콜릿 향이라니, 헨젤과 그레텔이 홀딱 넘어간 과자집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지만 우리는 초콜릿의 유혹을 이겨내고 장시간의 등산(?)에 지친 몸을 녹이고 허기도 달랠 겸 레스토랑에 들어가 점심을 먹었다.




5. 자연 그대로 그래서 아름다운 Lake Louise
  

로키산맥과 밴프의 마지막 여행 목적지는 천혜의 절경으로 유명한 '루이스 호수(Lake Louise)'다. 앨버타 주민들과 캘거리 시민들도 이 호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캘거리 시내만 가도 루이스 호수의 이름을 딴 다양한 가게들을 볼 수 있다. 우리를 인도하고 있는 J 과장님도 루이스 호수를 가장 으뜸으로 꼽으셨다.


도대체 호수는 어디 있단 말이오ㅜㅜ


루이스 호수는 찬란한 에메랄드빛을 띠며, 그 뒤로 산들이 병풍을 드리고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나...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영하 20도의 날씨에 호수가 꽁꽁 얼어버렸다. 게다가 밴프 전역을 덮고 있는 안개가 산을 감춰버렸다. 물론, 온통 눈으로 덮인 루이스 호수를 바라보는 것도 아름다웠지만, 그래도 호수라도 볼 수 있길 바랐던 우리는 조금 아쉬움이 생겼다.


여름의 루이스 호수와 이를 배경으로 자리잡은 Chateau Lake Louise 호텔, 여름엔 이러하다고 한다... / pixabay
현실은 이러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아쉬움과는 달리 여기 루이스 호수를 방문한 캐나다 현지인들은 너무나 즐겁게 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각자 스케이트를 가지고 나와 호수를 돌며 신나게 스케이팅을 즐긴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서로 꽁꽁 얼어버린 호수를 그 나름대로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유모차를 끌고 나와 유모차와 함께 스케이팅을 하는 아빠도 있다. 역시 유쾌한 캐나다인들. 그래, 언제 우리가 자연을 다 예상하고 우리 맘대로 할 수 있었던가? 그냥 주어진 그대로를 즐기면 될 것을.



자연을 자연 그대로 즐기는 캐나다 사람들



J 과장님과 함께한 로키산맥 그리고 밴프 국립공원 여행은 캐나다의 자연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준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문득, 돌아오는 길에 J 과장님이 하신 이야기가 생각난다. "캐나다는 공장이 없어서 비싼 돈을 들여 공산품을 수입하고 있지", "몇몇 사람들은 비싼 공산품에 불만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다 만족하는 것 같아, 그 대신 이렇게 청정한 자연을 자연 그대로 누리는 거야" 그렇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유쾌하게 자연 그대로를 즐기고 누리는 캐나다 사람들, 이 곳 캐나다는 참으로 자연(自然)스러운 곳이었다.



(계속)



회사동기 3인방으로 이루어진 오로라탐험대의 캐나다 오로라 여행 시리즈

[Prologue] 결정적 순간

[#1] 웬 오로라 여행?

[#2] 자연을 자연스럽게, 그래서 캐나다

[#3] 오로라, 너 이렇게 쉬운 친구였어?

[#4] 캐나다 숲 속의 작은 산장에서

[#5] '그 날' 오로라가 우리에게 건넨 위로

[Epilogue] We are Voya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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