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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이 Apr 12. 2018

[#4] 캐나다 숲 속의 작은 산장에서

캐나다 화이트호스 오로라 탐험기(산장 편 Part 1)

※ 본 여정은 지난 2017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14일까지 진행되었던 여행을 리뷰한 내용입니다.


유콘 화이트호스의 다운타운에서 오로라를 만난 우리는 사흘째 되는 날 계획에 따라 도시를 조금 벗어나 보기로 했다. 화이트호스에서는 어디에서든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인공의 빛이 많은 도시 지역보다는 조금 떨어진 한가한 숲 속 마을이 더 오로라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캐나다로 떠나기 전에 예약해 두었던 한 산장으로 향했다. 




1. 숲 속의 작은 산장에서


우리가 머문 산장은 'Boreale Explorers'라고 불리는 곳으로 화이트호스에서 자동차로 약 30분 정도 떨어진 숲에 위치한 작고 외딴(?) 산장이다. 산장에는 북미의 자연스럽고 따뜻한 분위기와 모던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진 숙박시설이 있으며, 하이킹, 산악자전거, 개썰매, 오로라 탐험, 크로스컨트리 등 여름과 겨울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산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마침 스태프들이 새로운 손님을 받기 위해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하나 같이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안내해주었고 부디 넷플릭스 같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여기 머무는 동안 모든 것을 마음껏 이용하라는 설명을 더해주었다. 


화이트호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산장 Boreale Explorers(Ranch)


산장의 로비는 높은 천장과 큰 창문 덕에 실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창가 너머에는 일명 'Suprise Mountain'과 함께 화이트호스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넉넉한 햇살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몸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소파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넋을 놓고, 마치 미술작품과도 같은 풍경을 바라보니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와지는 그러한 느낌이었다. 


넓고 아늑한 분위기의 산장 로비, 따뜻한 햇살에 강아지들도 널부러지셔따


2박 3일 동안 머물 숙소도 아주 맘에 들었다. 우리는 산장 메인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한 독립채에서 머물렀다. 산장이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 같은 따뜻한 느낌이라면, 우리의 독채는 좀 더 모던한 분위기였다. 넓고 깨끗한 화장실과 침대, 그리고 한 독채에 우리만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편리했다. 특히, 밤에 오로라가 나타났을 때, 바로 문을 열고 나갈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져서 더없이 좋았다.


오로라를 관측하기엔 더 없이 좋았던 숙소, 밤새 오로라를 기다리기 위한 비상식량도 준비해 두었다.




2. 자연 속 모든 것이 놀이터


아무것도 없는 산장에서 오로라 말고는 뭘 했냐고? Boreale Explorers에서는 한 밤의 오로라를 관측하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비록 개 썰매나 크로스컨트리와 같은 액티비티는 못 즐겼지만 -아마 크로스컨트리를 했다간 밤 새 오로라를 기다리긴커녕, 힘들어서 잠만 잤을 것이다- 소소하지만 기분 좋게 즐길 것들을 마음껏 누렸다.


산장 앞마당에는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Hot-Tub가 있었다. 영하 25도의 이 추운 날씨에 누가 이걸 사용하겠나 싶었는데, 우리 뒤를 따라 체크인을 한 미국에서 온 가족이 한다(;;). 애틀랜타에서 왔다는 이들 가족은 수영복을 갈아입고 가족이 함께 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물장난을 치며 영하 25도에서의 삼림욕을 즐긴다. 미쳤다. 곧이어, 아들로 보이는 친구가 추위를 못 참고 뛰쳐나온다. 그러면 그렇지. 저걸 어떻게 해?  


....


....


했다.


영하 25도,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자연 속에서 즐기는 Hot-Tub. 추위에 목부분이 뻘개졌다.


.... 상남자가 되겠다는 일념 하에 과감하게 웃통을 까고 Hot-Tub에 도전했다. 비루한 몸을 이끌고 하의와 모자만 쓴 채로 영하 25도의 날씨에 온전히 내 몸을 맡기자 미칠듯한 한기가 뼈 속을 파고든다. 패기고 뭐고 일단 빨리 탕에 들어가야 했다. 뜨거운 탕에 들어가자 몸이 조금 나아진다. 여기에 한국에서 준비해온 맥심 커피를 손에 쥐었다. 역시 유콘 화이트호스에서 놀라운 산 Suprise Mountain바라보고 마시는 맥심이 최고다. 


하지만, 여전히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목 부분은 피부가 찢어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물기가 살짝 묻은 머리카락이 얼어버려 송곳처럼 피부를 찌른다. 화이트호스고 맥심이고 뭐고 난 다시 돌아가야겠어......


패기 넘치는 삼림욕을 즐기고 뒤에는 산장 바로 옆에 있는 언덕에서 다 함께 눈썰매를 탔다. 작은 언덕이지만 정상에 올라가 보니 가파르다. 하지만 안전장치 따윈 없다. 그냥 자그마한 플라스틱 썰매에 몸을 맡기는 거다.


낮은 언덕임에도 스피드가 꽤 나온다, 넘어지고 다쳐도 마냥 즐겁다.


서른에 가까운 나이의 세 청년들이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마냥 눈썰매를 즐겼다. 아마 산장에 머물었던 낮 시간에는 계속 썰매만 탔던 것 같다. 앞으로 타기도 하고, 뒤로 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즐겼던 눈썰매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3. 가장 깨끗한 도시, 화이트호스에서 맛보는 자연주의 음식


한참 우리 만의 즐거운 액티비티를 즐기고 나니 허기가 진다. 우리는 산장에서 제공하는 저녁 코스 식사를 신청했다. 저녁 식사는 선택사항으로 사전 예약을 통해 신청자를 받는다. 식사 시간이 되자 오늘의 식사를 담당한 셰프가 직접 산장에 찾아왔다. 우리가 상상하는 호텔급의 포멀한 셰프의 모습은 아니었고, 머리를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피어싱과 타투가 인상적이었던 자유로운 분위기의 유콘다운 여성 셰프였다. 그녀는 화이트호스의 유콘 대학교에서 Culinary Arts를 전공했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기다리는 시간! 두근두근 :-)


그녀가 준비한 메인 요리는 무려 '고추장 닭다리 조림(Gochujang Braised Chicken Thighs)'! 정말로 저렇게 고추장이라고 떡하니 쓰여있었다. 한국인인 우리들이 올 것을 예상하고 선정한 요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머나먼 화이트호스에서 고추장 소스를 기반으로 한 닭다리를 먹게 될 줄이야. 그 외에도 '강황밥(Turmeric Scented Rice)', 'Gai-lan 볶음', '망고&스위트피 샐러드', '레몬 타르트'까지 뭔가 동서양이 퓨전된 건강하고도 맛있는 음식들이 메인에서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후회하는 것 중 하나, 더 많은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화이트호스 토박이 셰프가 직접 설명해주고 나눠주는 자연주의 향기 가득한 음식을 먹으면서, 산장에서 머무는 사람들이랑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국에서 온 가족, 오랜 친구들과 함께 온 어머니들 등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소소하게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고 정겨운 대화의 꽃을 피웠다.



2박 3일 동안 머물렀던 Boreale Explorers Ranch는 우리 여행의 백미와도 같은 최고의 장소였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2주 이상의 긴 시간을 두고 여기서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산장에 누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만 바라봐도 좋다. 밖으로 나가 하얀 눈에 물든 사시나무 숲과 얼어붙어버린 호수 주변을 거닐어도 좋다. 오랜 시간 동안 도시에서 살면서 그저 반복되는 회사생활이 전부였던 우리에게 머나먼 유콘 땅에서 만난 이 숲 속의 작은 산장은 머무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계속)


회사동기 3인방으로 이루어진 오로라탐험대의 캐나다 오로라 여행 시리즈

[Prologue] 결정적 순간

[#1] 웬 오로라 여행?

[#2] 자연을 자연스럽게, 그래서 캐나다

[#3] 오로라, 너 이렇게 쉬운 친구였어?

[#4] 캐나다 숲 속의 작은 산장에서

[#5] '그 날' 오로라가 우리에게 건넨 위로

[Epilogue] We are Voya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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