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화이트호스 오로라 탐험기(산장 편 Part 2)
※ 본 여정은 지난 2017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14일까지 진행되었던 여행을 리뷰한 내용입니다.
위로는 어렵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어떠한 크기의 고통을 겪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들에게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 위로가 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해하려고 해도 도움을 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삶 주변에는 위로가 필요한 수많은 아픔들이 있었다. 창자가 끊어지고 몸과 정신이 완전히 무너저버리고 마는 일들에서부터 자기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쌓여갔던 자그마한 것들까지. 그래서 우리는 참 '위로'라는 말을 많이 꺼냈다. 말로, 음악으로, 그림으로, 행동으로, 춤으로, 물질로, 신앙으로 많은 방법과 단어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자 했다. 내 고통이 크다하여, 남의 고통이 작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나에게 필요했던 작은 위로라고 해서 더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안되리라는 법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했던 아주 작고 사소한 위로를 겸손하게 나누고자 한다.
우리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기다렸다. 매일 밤 오로라 예보 페이지를 들어가 보며, 현재 오로라의 세기가 어떠한지, 오늘 밤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산장 앞마당에는 추운 겨울 오로라를 기다릴 수 있는 작은 오두막(?)집과 산장과 함께 찬란한 오로라를 바라볼 수 있는 View Point가 있다. 우리는 숙소에서 창문을 보면서 오로라가 나타났는지 수시로 열어다 보기를 반복했다.
새벽 1시.
산장을 둘러싼 산 등줄기 너머 초록빛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희미하게 보였던 빛은 마치 실크 커튼처럼 살랑살랑 물결을 치며 검은 하늘을 수놓기 시작한다. 오로라가 나타났다.
비록, 패키지여행에서 전문가가 찾아준 멋있는 오로라는 아니지만, 비싼 카메라와 사진작가 수준의 멋진 기술로 찍은 오로라도 아니지만, 오로라는 오로라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그렇게 우리는 꿈꾸었던 오로라와 만났다.
제대로 된 오로라를 관측하기 위해, 우리의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방문했던 캐나다 유콘 준주 화이트호스 Boreale Explorers Ranch에서의 2박 3일. 마침 지구 반대편의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될 '그 날'이었다. 처음엔 보통의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었던 수많은 상식 밖의 말과 행동과 그리고 생각들에 오히려 의아했다. 그러다 피를 토하는 고통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상처로 난도질하고 있었음이 밝혀졌을 때 의문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날, 보통의 사람들은 거룩한 분노로 그 사람에게 시민의 이름으로 정의를 행사했다.
숙소 한편에서 그 사람의 죄목이 하나하나 나열되고 마침내 그에 따른 최종 판결문이 선언되었을 때, 우리는 열정적인 환호보다 나지막한 신음 섞인 탄성을 냈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세월호 4주기가 되는 날이다. 4년 동안 광화문 광장을 채웠던 추모 천막도 오늘을 끝으로 지하 별도의 추모 공간으로 이동한다. 추모 천막이 떠난 자리에는 그 날과 아이들을 기억하는 조형물로 대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픔을 가진 사람의 내면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그 처절한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고 위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 동안 이 나라의 모든 시민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하고 울었다. 그날 밤 바라본 오로라는 우리에게 더 뭔가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너희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고 안아 줄 수는 없을지라도, 너희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존재들로부터 너희들을 지켜줄게라며, 그 날 오로라는 마치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았다.
(계속)
회사동기 3인방으로 이루어진 오로라탐험대의 캐나다 오로라 여행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