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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로이 Apr 16. 2018

[#5] '그날' 오로라가 우리에게 건넨 위로

캐나다 화이트호스 오로라 탐험기(산장 편 Part 2)

※ 본 여정은 지난 2017년 3월 1일을 시작으로 14일까지 진행되었던 여행을 리뷰한 내용입니다.


위로는 어렵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어떠한 크기의 고통을 겪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들에게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은 위로가 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이해하려고 해도 도움을 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삶 주변에는 위로가 필요한 수많은 아픔들이 있었다. 창자가 끊어지고 몸과 정신이 완전히 무너저버리고 마는 일들에서부터 자기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쌓여갔던 자그마한 것들까지. 그래서 우리는 참 '위로'라는 말을 많이 꺼냈다. 말로, 음악으로, 그림으로, 행동으로, 춤으로, 물질로, 신앙으로 많은 방법과 단어를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자 했다. 내 고통이 크다하여, 남의 고통이 작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나에게 필요했던 작은 위로라고 해서 더 큰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안되리라는 법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했던 아주 작고 사소한 위로를 겸손하게 나누고자 한다.




1. 밤이 되면 검은 하늘은 초록빛으로 물든다.


산장 앞마당에는 밤에 오로라를 관측할 수 있는 Spot이 있다.


우리는 오로라를 보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기다렸다. 매일 밤 오로라 예보 페이지를 들어가 보며, 현재 오로라의 세기가 어떠한지, 오늘 밤 오로라를 볼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산장 앞마당에는 추운 겨울 오로라를 기다릴 수 있는 작은 오두막(?)집과 산장과 함께 찬란한 오로라를 바라볼 수 있는 View Point가 있다. 우리는 숙소에서 창문을 보면서 오로라가 나타났는지 수시로 열어다 보기를 반복했다.


새벽 1시.


산장을 둘러싼 산 등줄기 너머 초록빛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희미하게 보였던 빛은 마치 실크 커튼처럼 살랑살랑 물결을 치며 검은 하늘을 수놓기 시작한다. 오로라가 나타났다.


산 등줄기로부터 나타난 오로라가 하늘을 초록 빛으로 물들인다.



비록, 패키지여행에서 전문가가 찾아준 멋있는 오로라는 아니지만, 비싼 카메라와 사진작가 수준의 멋진 기술로 찍은 오로라도 아니지만, 오로라는 오로라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오로라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했으나, 사진기술이 허접해서 망했다.


고프로로 촬영한 오로라


그렇게 우리는 꿈꾸었던 오로라와 만났다.



2. 그 날은 마침 '그 날'이었다.


제대로 된 오로라를 관측하기 위해, 우리의 여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방문했던 캐나다 유콘 준주 화이트호스 Boreale Explorers Ranch에서의 2박 3일. 마침 지구 반대편의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될 '그 날'이었다. 처음엔 보통의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었던 수많은 상식 밖의 말과 행동과 그리고 생각들에 오히려 의아했다. 그러다 피를 토하는 고통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상처로 난도질하고 있었음이 밝혀졌을 때 의문은 분노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날, 보통의 사람들은 거룩한 분노로 그 사람에게 시민의 이름으로 정의를 행사했다.



화이트호스에서 생중계로 판결문 선언을 들었다.


숙소 한편에서 그 사람의 죄목이 하나하나 나열되고 마침내 그에 따른 최종 판결문이 선언되었을 때, 우리는 열정적인 환호보다 나지막한 신음 섞인 탄성을 냈다. 마침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세월호 4주기가 되는 날이다. 4년 동안 광화문 광장을 채웠던 추모 천막도 오늘을 끝으로 지하 별도의 추모 공간으로 이동한다. 추모 천막이 떠난 자리에는 그 날과 아이들을 기억하는 조형물로 대체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픔을 가진 사람의 내면에 직접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처절한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고 위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난 시간 동안 이 나라의 모든 시민들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함께 아파하고 울었다. 그날 밤 바라본 오로라는 우리에게 더 뭔가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너희들의 마음을 다 이해하고 안아 줄 수는 없을지라도, 너희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존재들로부터 너희들을 지켜줄게라며, 그 날 오로라는 마치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듯,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았다.  



(계속)


회사동기 3인방으로 이루어진 오로라탐험대의 캐나다 오로라 여행 시리즈

[Prologue] 결정적 순간

[#1] 웬 오로라 여행?

[#2] 자연을 자연스럽게, 그래서 캐나다

[#3] 오로라, 너 이렇게 쉬운 친구였어?

[#4] 캐나다 숲 속의 작은 산장에서

[#5] '그 날' 오로라가 우리에게 건넨 위로

[Epilogue] We are Voya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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