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기록자 Apr 12. 2024

뭔가 잊고 있는 게 있는 거 같아.

[불안을 이기는 철학]을 읽고 

매일을 쓰지만 어제가 생각나지 않네? 

개인적인 기록용으로 노션을 쓴 지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회사에서 일일 업무일지를 쓰라고 할 땐 귀찮았던 일이 일기 대신으로 쓰니 나름 편하고 잘 써진다.  


열심히 매달 할 일, 매일을 간단하게 기록하는데 그날의 운세 한 줄도 빠지는 법 없이 꼭 들어간다.

노션은 그날의 날씨, 일상 등을 키워드로 작성기에 간편하고 유용한 편이다.  

덕분에 메모장에 하루 리스트를 쓰던 인간이 많이 발전했다. 


벌써 4월 첫 주가 지나고 있어 새로운 주간 내용을 작성하는데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열심히 쓰고 쓰는데 어째서 어제 그리고 지난주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까?       

 


진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쉴 새 없는 각종 알람들이 10분 단위로 울려 되는 통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아도 꼭 무언가를 하고 있는 듯한 피로감이 느껴지는 요즘 오랜만에 심신의 위로를 받을 책을 찾았다. 


브리지드 딜레이니의 [불안을 이기는 철학] 


버스 안 사람들 사이에 껴서 "진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라는 구절을 읽었다. 

그런데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게 나는 진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늘 학교, 회사에 의해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던 일상이던 내게 드디어 홀로 인생을 계획하고 살아갈
자유가 주어졌는데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당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진정으로 중요한 건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다.
- 에픽테토스 (불안을 이기는 철학에서)

나는야 쫓기는 레이서

결혼과 프리랜서는 내 인생에서 처음 접하는 큰 변화이자 오랜 시간 구축해 둔 안전지대에서 완전히 벗어난 낯선 세계였다.

 

변화에 대응하는 건 사람마다 제 각각이지만 나는 변화를 위기로 인식하는 것 같다. 

몇 달 동안의 내 모습은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레이싱 선수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아등바등한 나와 달리 저자가 소개한  [스토아 철학]에서의 인생은 비교적 담담했다. 


가령 철학자들이 말하는 바는 "내가 살날은 정해져 있다. 살아가는 동안에는 영혼의 창문을 해가 비치는 쪽으로 열어라"  혹은 "당신은 마치 영원히 살 사람처럼 인생을 살고 있다. 이미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깨닫지 못한 채 항상 시간이 차고 넘칠 것처럼 낭비한다"와 같은 식이다. 


[네, 제가 그렇게 살고 있는데요.] 

아주 먼 그리스 시대 초기에 활동했던 양반들이 24년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하다.     


환상에 대한 로망 대신 

더 좋은 내일, 풍족한 삶, 성공하는 미래를 꿈꾸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었고 성공에 대한 강박은 늘 존재했다.


마침 우리의 철학자님들은 내게 "현자란 가지지 못한 것에 슬퍼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진 것에 기뻐하는 사람"이라고 꿀밤을 때려주셨다. 


꿈을 꾸기 때문에 멀리 나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환상을 품고 사는 건 눈에 가리개를 하고 달리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현재 가진 것에 감사하지 않고 가지지 못한 꿈에 집착하느라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니까.


돌아봤을 때 내 노션엔 늘 오늘의 내 기분, 감사한 마음들보다 내일 그리고 다음 달 내가 해야 할 것 그리고 했으면 좋겠는 것들이 더 많이 써져 있다. 


일상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나의 의지로 할 없는 일들에 대한 걱정을 멈추고 지금을 인지하는 것이라는 단순 명료한 고대 철학자들의 말이 묘하게 안심되고 위로된다.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나만 멈춰진 시계 같아서, 너무 평온하고 잠잠한 하루하루가 불안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는 평온한 일상에 감사함을 잊고 지냈던 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변한 건 나뿐인 건가.(feat. 군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