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기록자 May 17. 2024

서로에게 거짓만을 전했을 때.

팀워크 책을 읽은 날, 팀이 해산했다.  

0과 1 사이의 거리 

나는 5년 정도, 아주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창업을 했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서로의 가정사까지 훤히 알고 있는 우리의 사이는 누가 봐도 매우 가까웠다.

더군다나 여러 지역을 떠돌아다니는 직업의 특성상  함께 있는 시간이 가족 보다 더 많았기에 일상과 직장이 구분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친구도 직장 동료도 가족도 아닌 그 경계선상에 선 우린 적정한 선이 잃었다.


가령 정상적인 직장 동료였다면 절대 해서는 안 될말(감정이 섞인 비난, 지적, 폭언 등)을 스스럼없이 내뱉곤 했다. 그중에서도 오랜 친구사이였던 디자이너와는 서로의 호칭대신 "야, 너~"로 부르기도 했다. 

  

하나  예의 없는 말, 거친 말은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것에 비해 정작 해야 할 말은 못 했는데..      

가깝고도 먼 우리

서로가 가까워서 원활한 소통이 상시 가능할 같지만, 실은 반대이다.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을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해서 정작 중요한 말은 제때 하지 못한다.


각자가 일당백을 해내야 하는 우리는 당장 눈앞에 주어진 과업들을 쳐내느라 회사의 공통적인 문제(운영, 수입 등)는 등한시 여겼다. 수입과 운영, 앞으로의 전망과 같은 중대하고 무거운 주제는 늘 "나중에, 나중에 이야기하자"로 넘어가기 일 수였다.    

 

불행하게도 디자이너, 개발자, 기획자(나)가 콘텐츠 제작에 투입되어 있었기에 대표가 홀로 오롯이 

"나중에 해야 할 이야기"를 전부 떠맡게 되었다.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에서 <홀로 떠안아야 하는 문제>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대표를 불구덩이 속에 홀로 밀어 넣은 같은 죄책감과 미안함에 회사에 불만과 의문이 생겨도 못 본 척 넘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그저 대표가 먼저 이야기하겠지 싶었다.   


그래서 중대 안을 논하기 위해 간 카페에서도 시답잖은 이야기만 늘어놓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는 날이 많아졌다. 언젠가부터 서로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어느 날 지방에서 미팅을 끝내고 올라오는 차 안에서 대표에게" 넷플릭스 규칙 없음'를 읽은 이야기를 했다.


"어제 내가 넷플릭스 책 봤는데요, 거기처럼 성공하려면 우리도 조직문화를 개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회사의 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밀을 없애야 한대요."   


평소에도 영감을 받은 책이나 영상, 글이 있으면 함께 나누는 사이였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갓길에 차를 세우는 것이 아닌가.  


[내가 투명하게 다음 달에는 월급을 못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너네는 들을 준비는 되어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늘 차분하던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와 표정이었다. 

내 해맑은 지적이 그의 무의식을 자극해 진심을 불쑥 튀어나오게 한 것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 1시간이 넘게 그동안 서로에게 못했던 진짜 해야 할 이야기를 토해냈다.

당시 대외적으론 회사의 실적이 좋았을 때라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는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더는 잘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대표의 말에 화가 나야 하는데 그의 슬픈 눈을 보자 모든 것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할 있었다. 

감히 회사의 재정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고라고 따져 물을 수 있었을까?  


모니터를 보며 종종 한숨을 쉬던 그를 몬 본척했다. "무슨 있어요? "라는 말을 수십 번 삼켰다.  


실은 우리의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외주도 "다 할 수 있다"는 거짓말을 했다.

현실적으로 팀원들의 일정이 무리인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일을 진행시켰다.    


그 모든 것이 회사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니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고 솔직한 대화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진심을 속였다고 했지만, 실은 스스로 공격받기 두려워 거짓말을 한 것이다.   


팀이 해산한 지 2년이 넘게 지난 지금이야 "진작 조직문화 책을 읽을 걸 그랬다."라는 농담을 웃으며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당시는 공든 탑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솔직해지는 법 연습하기 

어떤 이는 자신의 방어기제로 거짓을 말하거나 또는 나처럼 갈등이 두려워 스스로를 속이기까지 한다. 

솔직해지는 것은 상당한 용기와 연습이 필요한 일이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은 거짓들이 탑처럼 쌓여 결국 탑을 무너뜨리는 것 같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솔직해지는 법을 연습하자.   


문제에서 탈출하려면 먼저 문제 자체를 인정해야 한다. 문제를 빨리 인정할수록 문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빨라진다. -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  



매거진의 이전글 미워하는 마음을 고이 접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