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창백한 표정으로 잠에서 깨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대로 잠에 들면 그대가 나를 찾아올거야
꿈속에서는 멀리하고자 하는 것들뿐
쉽게도 나를 사랑한다며 경멸스럽게 손을 뻗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를 누군가로 둔갑시키는 자들만
아
나는 고개를 처박고 오래도록 귀를 틀어막고 있었소
전보가 쏟아져내리고 그제야 꿈에서 깨 눈을 질끈
,
그대
또다른 밤이 찾아와 꿈을 건너야 또 그대를 고할 수 있겠지
(거대한 울음)
나는 어제도 오늘도 등불을 밝혔소
벌레들이 달라붙어 어둑해질까 툇마루에 향도 피워두었지
그대가 길을 잃지 않길 기도하던 무수한 밤
나를 사랑했으면 하는 이들은 모두가 쉽지 않네
저멀리서 들리는 풀피리 소리
바람들이 나무에 이는 소리
나는
영원히 깨지 않을 꿈을 꾸었소
(창 밖 등불이 점점 쇠약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