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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 간호 Jun 22. 2021

신규 간호사에게 희망을

IMF 시절 신규간호사였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난 1999년에 졸업했다. 간호학과 출신임에도 많은 친구들이 취직하지 못했고 나도 역시 그랬다. 어느 낯선 병원에 어렵사리 취직했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병원에 선배도 하나 없으니 외로웠고 오래 견디지 못했다. 그 후 1년 동안 병원 중환자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했는데 이전 병원에서 6개월 일했다는 이유로 오리엔테이션도 짧게 받았고 나이트를 해도 파트타임이라 수당도 못 받아서 같은 경력의 사람의 반도 못 벌었다. (20년 전이라… 지금은 파트타임이어도 그렇지 않습니다^^) 역시 너무나 외롭고 힘들어 그만두었다.


그 힘든 시절에

외롭고 힘들다고 견뎌내질 못하다니…


난 실패한 인생을 사는 사람 같았다. 나약하고 바보 같다 생각했다. 간호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다 몇 년 전 IMF를 소재로 한 영화가 나와서 깨닫게 되었다.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다.


내가 노력을 안 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구나.


내 탓이 없다는 건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른 것도 내 탓이고 더 많이 노력을 안 한 것도 내 탓이다. 그렇지만 내가 다 잘못한 건 아니었다.


그 후 어쩌다 어쩌다 다시 간호사로 조금 늦은 출발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20년이 넘게 흘렀고 세월을 견뎌온 것만으로도 나는 많이 바뀌었다. 이제 웬만해선 겁을 안 먹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간호사로서 소질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제야 지레 겁먹었던 어린 나를 다독여 주었다. 다독다독…IMF 시절을 어렵게 보냈던 모든 분들의 마음도 지금쯤 평안하기를 기도한다.


어린 간호사들을 보면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특히 외지서 온 신규 간호사에게서 그때의 나를 본다. 지금은 내가 신규일 때 보단 좋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견뎌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주길 바라지 않을까? 그런 말이 힘이 되는 건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능한 간호사가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신규 간호사에게 말해주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멋진 간호사가 되어있을 거라고. 시간을 견뎌내는 것 만으로도 달라져 있을테니…지금 겪는 건 이를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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