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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an 19. 2023

정신과 약, 야너두?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나 사실 고백할 게 있어."


잠시 이어지는 침묵.


"얼마 전부터 정신과 약 먹고 있다."


"그리고 XX이도 사실은 정신과 약 먹고 있다더라."




드라마 대사가 아니다.

오늘 저녁 우연히 들린 집 근처 순대국밥집에서 옆 테이블에서 나온 대화이다.

그리고 몇 개월 전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직접 들었던 대화이기도 하고

그전 몇 개월 전에 제법 친해진 독서모임 멤버들과의 술자리에서 들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뉴스는 마약사범들과 먀약으로 인한 위험성에 대해서 제법 떠들어대고 있다.

좋다, 틀린 이이야는 아니니까.

마약은 분명히 위험한 것이고, 법적으로도 매섭고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


근데 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마약에 손대게 됐을까?

그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불법 조직들의 마약 유통망이나 남의 불행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무리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관점으로 떠 봤을 때, 나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생각보다 많은 청년 혹은 청소년들이 여러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서 정신과를 찾고 정신과 약을 처방받는 사실이 이러한 현상과 모종의 큰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아마도 자신이 정신과 약을 처방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그 사실을 자신이 받아들이고, 또 정말 힘든 시기를 어느 정도 넘긴 사람들이 그나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나에게 이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고 나름의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내 주변이나 또 그들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전달받는 분위기가 몇 년 새 많이 달라졌다.


정신과 약을 처방받는다는 것의 이미지는 뭔가 머리가 헝클어지고, 다크서클은 턱밑까지 쳐져있고, 눈은 충혈된, 그런 정신 나간 사람들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쉽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그런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멀끔하게 옷 잘 차려입고, 인상도 매우 밝고, 제법 유쾌한 대화도 곧잘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 누가 봐도 문제없이 자기 삶을 잘 살아가는 건전한 시민들이다.


적어도 나에 비해서는 훨씬 사회적이고 사교적이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이 밤에 잠을 못 자고, 공황 때문에 괴로워하고, 우울해하고 불안해한다.




각자만의 사정과 여러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이런 약의 도움 없이 일상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언제부터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있어서, 눈을 뜨고 다니 눈을 감는 이 하루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이 되고 짐이 되었을까?

언제부터이고 일상이 약의 도움 없이 스스로 붙들어 메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렸을까?

언제부터, 그래고 왜 우리는 자생하는 힘을 잃고 타력에 의존하게 되었을까?


아직 나는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본 적은 없다.

약을 처방받은 사람들에 대한 알량한 이해나 동정, 혹은 비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갖고 있는 자생력을 어떻게 하면 더 발휘하고 삶에서 그 힘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그것이 화두이다.


그 대답을 명상에서 찾을 수 있을까.

오늘도 주제에 집중해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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