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시선 238 ©문태준 2004『맨발』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워내고
피어난 꽃은 한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 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주)창비
창비시선 238
©문태준 2004『맨발』
12쪽
나는 그래
너무 예민해도 좋지 않고
너무 둔해도 좋지 않은 삶
인생은 죽음을 향해 가고
죽음은 또 다른 생을 부르고
고통은 고통으로
복은 복으로 각자 따로 왔다 가고
때론 길을 잃었음에도 멋대로 도착지에 다다르는
그런 참으로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결코 벗어날 리 없는 순환을
딱, '한 호흡'이라 부를 수 있으려면
얼마나 더- 피고 지고 해야 할까.
멀고도 가까운 사이, 숨이 들어찬다,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