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lly Jan 22. 2019

어쩌다 단식

1월 4일 첫째 날의 기록 

말이 어쩌다지 작년 12월부터 내내 생각했던 것을 마음먹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다. 3-4년 전 5일 단식은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에는 수수팥떡 가족사랑 연대의 '생활 단식'프로그램에 참가했었더랬다. 참가비는 약 15만 원 정도로 기억된다. 단식을 시작하기 전과 끝나는 날에 집합 교육과 단식에 필요한 kit를 포함한 금액인 것 같다. 그리고 매일 전화와 문자로 내 상황을 체크해주고 설루션을 제공해 주니 꽤나 안전하게 단식을 할 수 있었다. 


어느 주일, 예배 후 다시 심해진 내 생리통 이야기를 들은 영숙 언니가 내게 단식을 권했다. 그리고 권도영 박사의 책 두 권을 빌려주었다. 언니는 과거 열흘 단식의 경험이 있었고 언니 역시 그 경험이 좋은 기억이었던 모양이다. 그때였을까, '해야겠다. 더는 미룰 수 없다.'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과거 기억을 되살려 혼자 단식을 하기로 했으니 얼마나 대견한가.

우선 준비물이 필요하다. 단식이라고 그냥 생으로 굶는 것이 아니라 염분과 수분 그리고 비타민 등을 보충해줘야 한다. 그래서 단식 중에 오히려 먹는 게? 많아서 괜찮다가 보호식 할 때 더 힘든 경우가 있다. 사실 내가 그랬다. 우선 매일 물을 4리터를 먹어줘야 한다. 우선 나는 매일 아침 감잎차를 우려 500ml를 마셨다. 내가 구입한 것은 김동곤 명인 감잎차인데 보통 어린 감잎차를 많이 먹는 것 같았다. 나는 인터넷으로 가장 빨리 오는 것을 구입했다. 감잎차는 비타민이 풍부한 대신 탄닌 성분이 있어 밤에 마시면 잠이 안 올 수 있어 아침에 마시기를 권장한다. 아침, 미지근한 감잎차는 속을 따뜻하게 해 준다. 


그리고 산야초! 나는 한살림에서 구입했다. 우리 동네 한살림에 방문했는데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한 산야초를 팔지 않았다. 그래서 옆동네 좀 더 큰 한살림까지 이동해서 구입했다. 구죽염도 같이. 

산야초는 그야말로 단물이다. 힘이 없을 때 마셔주면 아주 기운이 난다. 나는 30ml를 물에 희석해 하루에 3병을 마셨다. 힘이 없을 때는 조금 진하게 만들기도 했다. 근데 한살림 산야초는 신맛이 강해서 뭔가 먹기 힘들었다. 마침 영숙 언니가 아주 오래된 산야초를 나눠줘서 이번 단식에는 그걸 많이 마셨다. 


그리고 구죽염. 9번 구운 죽염이란 건데, 사실 맛이 좋지 않다. 내겐 구운 달걀 냄새가 나서 사실 처음 단식할 때는 먹는 게 여간 곤욕스럽지 않았다. 근데 이 한살림 알갱이 구죽염은 알갱이가 있어 녹여먹기 괜찮았다. 매일 8회로 나눠 먹는데 알갱이가 커서 한두 개 입에 넣고 녹여 먹었다. 이것도 먹으면 힘이 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그밀 2알을 물 2컵과 함께 먹는다. 마그밀은 제산작용을 돕는데, 음식이 끊김으로 장이 움직이지 않아 변이 나오지 않는 걸 대비하기 위해 먹어준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2알씩 복용했다. 마그밀은 본 단식 전 이틀 감식 기간부터 꾸준히 먹어준다. 

바로 이거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쉽게 구할 수 있고 나는 9천 원에 구입했구나.


단식 전, 이틀 감식을 잘해서 일까 첫째 날은 너무 무난하게 넘겼다. 그렇게 배가 고프지도 않았고 힘들지도 않았다. 우선 음식을 끊으면 머리가 맑아지는데 그거 너무 신기하다. 


아침에 대충 집 정리를 하고, 남편 도시락을 싸 보냈다. 매년 1월 말 되면 도시락을 싸는 남편이다. 단식 중이라 나는 먹지 않지만 남편을 위한 요리는 계속됐다. 비록 간을 못 볼 지언정...

그리고 아침에 냉온욕을 다녀왔다. 우리 동네는 걸어갈만한 목욕탕이 없어 차로 10분 정도 가야 하는데 매일 같이 다닐 생각에 걱정이었는데 첫날 다녀오니 갈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한 해를 시작하고 1월 2일부터 감식에 들어가 4일, 단식 첫 날을 맞았다. 올 해는 '이사와 입양'이라는 결정해야 하는 큰 문제들이 있다. 무엇보다 아이를 데려오면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너무 크다. 나는 엄마 될 준비가 되어있는지... 아이를 정말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지... 많은 질문만 있지 답이 없다. 아직. 


아이를 키우는 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기. 새 옷과 물건은 최소로 하고 나눔 받은 것으로 하자. 첫 달을 아이와의 유대를 위해 밖에 나가거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멀리하기. 사람들, 가족들에게 이제 조금씩 입양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아이 위탁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이사가 먼저인가.... 역시 당면한 문제들이 많다. 쉽게 답 할 수도 없고 답도 모르는 것들이다. 


올 해는 시누이가 2월에 셋째를 출산하고, 영숙이 4월, 가연이 5월... 생명이 깃드는 해구나. 내가 찾은 생명은 지금쯤 태어나기는 했을까... 


5일 단식이 끝나고, 5일 회복식이 끝난 후... 나는 어떤 결론에 닿아 있을까. 

이전 05화 아이가 꼭 있어야 하나요? 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