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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lly Jan 22. 2019

어쩌다 단식 2

1월 5일. 토요일 / 단식 이틀째. 


배가 고프거나 힘이 없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럭저럭 견딜만하다. 내 위장기관은 음식이 안 들어오는 이상 징후를 느꼈을까? 먹는 걸 멈췄을 뿐인데, 내 몸에 관심이 부쩍 늘었다. 


오늘부터는 관장을 해 줘야 한다. 단식에서는 숙변을 제거해주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들 하는데 나는 숙변까지는 아니고 장이 스스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셀프 관장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매일 마그밀과 함께 상쾌 효소라는 것을 먹어줘야 한다. (예전에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이놈의 상쾌 효소를 구하기도 어렵고 내 단식 일정까지 배송받는다는 보장도 없고 해서 약국을 돌아다녔는데 환으로 생긴 모양의 그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남편이 회사 근처에 한약 같은 것도 파는 오래된 약국이 있다고 해서 부탁했더니 약사 꼬임에 넘어갔는지 장 청소액을 다섯 봉지나 사 왔다. 

'가벼운 여인, 쾌변' 어젯밤 이걸 마신 게 문제였을까 먹은 후로 꽤나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아침까지 속이 부글부글했다. 

새벽 풍욕 알람을 못 듣고 자버렸다. 헌은 아침 일찍 동네 체육관에서 하는 농구를 갔고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 감잎차를 마셨다. 풍욕을 하기에 해가 너무 떠 버렸다. 

어제 산야초를 많이 마시지 못했다. 죽염도 마찬가지. 아직 생생해서 그런가. 


관장기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되는데 5천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관장하는 방법


1. 미지근한 물 1리터 준비

2. 마그밀 2알을 녹이고 죽염을 조금 넣어 녹인다.

3. 관장기를 물어 넣고 펌핑해 공기를 뺀다. 

4. 그냥 항문에 넣으면 안 들어가기 때문에 항문 쪽에 올리브유 같은 것을 살짝 바른다.

5. 옆으로 누워 왼쪽 다리를 올린 채 관장기를 항문에 넣는데 이때 '아~~'소리를 내며 넣는다. 

6. 천천히 물 1리터를 항문에 다 넣고 20분을 참은 후 화장실에 간다. 

 



1월 6일. 일요일 / 단식 사흘째 


주일 예배에 갔다. 단식 중이라 성찬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리 교회는 포트락으로 점심을 먹는데, 그날은 손님이 있는 날이라 서로 메뉴에 신경을 썼다. 주방에서 반찬 하는 것을 돕기만 하고 밥을 안 먹는 나에게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저 단식 중입니다.'



생각보다 견딜만하다. 오늘은 교회 가기 전에 욕조에 물을 받아 냉온욕을 했다. 냉탕이 없기 때문에 욕조에 따뜻한 물에 들어가 1분을 견디고 밖으로 나와 샤워기로 차가운 물을 1분 동안 맞았다. 1분 냉온욕은 냉온 냉온을 반복해 냉탕에서 끝내야 하고 11회 정도가 적당하다. 냉탕의 온도는 15~18도 온탕의 온도는 40~43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냉온욕을 하면 피부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실제로 과거에 단식이 끝나고 나서 피부 좋아졌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었다. 



1월 7일. 월요일 / 단식 나흘째  


어제 교회에서 너무 말을 많이 해서일까. 어젯밤에 팔다리가 저리고 결려서 결국 침대 밖으로 나왔다. 12시가 넘었는데 조용히 풍욕을 했다. 한겨울에 풍욕은 사실 너무 춥다. 그래서 나는 창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 놓는데 그래도 맨 살에 닿는 찬바람이 까칠하기만 하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기운이 없더니 급기야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안 되겠다 싶어 바로 풍욕을 하고 죽염을 먹었다. 거울 속에 나는 얼굴은 때 끈 해지고 눈이 엄청 커 보인다. 

몸무게는 이제 막 40kg대로 들어왔다. 단식 사흘째지만 몸무게의 변화는 크게 없다. 

기운을 차리고 냉온욕을 하러 목욕탕에 다녀왔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옷을 입고 갔기 때문에 목욕탕 아주머니가 나를 조금 이상하게 보는 눈치다. 


그리고 오늘 대망의 된장찜질을 했다. 재래식 된장을 거즈에 올리고 비닐로 싸고 수건으로 감싼 다음 배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핫팩을 올린다. 그리고 4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러면 된장의 성분이 장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모아....... 뭐 암튼 그런 원리라는데, 나는 시키는 대로 했다. 재래식 된장이 너무 염도가 높은 것 같아 집에 있는 통밀가루를 섞어 좀 되게 만들어 붙였다. 

그리고 끝난 후에 관장을 해줘야 한다고 해서 나는 된장찜질 끝나자마자 관장을 했는데... 별로 나오는 게 없어 꽤나 실망을 했다. 뭐야... 4시간이나 견뎠건만...



1월 8일 화요일/ 단식 마지막 날 


어제 된장찜질을 하고 조금 간격을 뒀어야 하나 보다. 너무 일찍 관장을 해서일까. 저녁부터 배가 부글부글하더니 밤새도록 부글부글 끓었다. 결국 아침에 다시 관장을 했는데 역시나 물만 나왔다. 

이제 단식 마지막 날이다. 정신은 더욱 또렷하다. 5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루틴이 있는 삶이 이렇듯 빨리 지나간다. 


나는 무엇을 기대했던가. 손에 잡히는 명징한 무엇? 


주님, 이대로도 감사한 삶이지만 혹시 제가 구하는 것이 욕심이라면 일깨워 주시고 삶에 하나님이 도우시고 넉넉히 이길 지혜 주심을 깨달아 알게 하옵소서.



그리고 나의 최종 몸무게는 이렇다. 총 2kg 감량했다. 몸무게를 줄이는 게 목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무 적게 빠져 조금 실망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보호식 때 몸무게가 더 줄어드니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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