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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Apr 20. 2024

우리 동네 생태연못

하찮은 미물들에게도 이곳은 살아 숨 쉬는 우주

지방자치가 활성화하면서 각 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생태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큰 물이 날 때 물에 잠기는 강변 둔치는 주요 정비 대상 중의 하나다. 자치단체들이 생태환경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기후위기와 생태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는 것도 있지만 주민들이 휴식과 운동을 위해 많이 찾는 곳이므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일 강변을 산책하는 데 각 구청은 이곳을 정말 열심히 가꾼다. 공사를 하지 않는 구간이 없을 정도이다. 예산을 쓰느라 괜히 모양을 자주 바꾸기도 한다. 예산을 남기면 다음 해 예산을 짤 때 의회에서 쉽게 승인해주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예산을 회계연도 안에 쓰려는 이유도 있다. 연말이 오기 전에 '예산을 털어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생겼다. 아무튼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공사 중인 것을 보면.  

안양천은 한강의 큰 지류 중 하나인데 서쪽으로는 강서구, 양천구, 광명시가 관할하고 동쪽으로는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가 관할청이다. 보통 두 시간을 걸으면 세 곳 정도의 구청에서 관할하는 지역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다. 구청별로 이곳을 어떻게 가꾸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조성하는 곳이 있기도 하지만 누가 봐도 인공의 흔적이 역력하게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다. 

아래 생태연못은 한 자치구에서 인공적으로 조성하였으되, 최대한 주변과 어우러지게 하여 자연스럽게 보인다. 하류 쪽으로 가면 건너편 다른 구청에서 최근에 조성한 곳이 있는데 누가보아도 그곳은 인공의 냄새가 난다. 연못 테두리를 큰 돌로 마감한 탓에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어색하다. 다만, 휴식할 수 있는 긴 의자나 주변의 왕버들 등 키 큰 나무로 인해 시간이 꽤 지나면 조금 더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다양한 수생 동식물을 품고 있는 생태연못


나무 데크와 긴 의자를 놓아 휴식 공간을 조성한 곳


연못에는 연꽃이 자라는 것이 맞다. 그래서 '연(蓮) 못'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든 자연적으로든 물이 괴어 있는 곳을 연못이라 부르면서 용어가 굳어졌다. 연못에는 연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생동식물이 산다. 창포나 부들, 갈대 등이 무리 지어 서식하기도 한다. 소금쟁이나 물방개 같은 작은 생명체도 있다. 이들은 연못에서 서로 조화롭게 자연의 질서에 따라 생명활동을 한다. 하찮은 미물들에게도 이곳은 엄연히 살아 숨 쉬는 우주인 것이다. 


느리고 한가로운 풍경


특히 인공적으로 조성하는 이런 습지 생태계가 주변과 조화를 이루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자치단체는 이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임기 안에 표시가 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손을 더 많이 댈수록 어색한 모양이 되고, 인공의 흔적이 드러난다. 좋은 생태환경은 지금 당장 우리에게 주는 효과보다도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다. 또한 당장 좋아 보이는 것에 신경 쓰기보다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계는 생명 활동이 있는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의미가 있다. 

생태전환교육은 자연을 그대로 보전하고자 하는 개인의 실천을 넘어, 그것을 이루는 큰 시스템과 사고방식 및 조직운영 방식의 전환을 포함한다. 재활용 분리배출 같은 생활 속 실천도 중요하고,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적 노력 등 미래세대를 위한 포괄적, 전면적인 사고의 전환과 공동 실천을 요구한다. 동네에 있는 작은 생태연못 앞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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