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에 나무 이파리가 다 떨어졌다. '이 바람이 지나가면 곧 겨울이야'라고 그 바람이 말했다. 오늘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니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었다. 아침 먹고 다시 밖을 보았을 땐 눈이 막 쏟아지고 있었다. 첫눈이 맞는 것 같은데, 창을 열어 사진을 찍고 영상으로도 담았다.
산책길에 풍경을 기억해 두었다가 계절이 바뀜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어제저녁과 오늘 아침에 본 '같은 장소 다른 풍경'은 하루 만에 이뤄진 생태의 신비한 변화이다. 한참 바라보았다. 앞 세 장의 사진은 같은 장소를 시간을 달리하여 찍은 것이다. 마지막은 영상.
며칠 전에 카페에 들어가다가 출입문 옆에 있는 커다란 유리벽에 머리를 박았다. 소리가 크게 났다.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이 다 보고 있었다. 저 사람은 왜 문으로 안 들어오고 벽에다 머리를 박지? 했을 거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으나 부끄러워서 아픈 것도 잊었다. 정말로 그곳에 유리가 있는지 몰랐다. 다음 날 아침 많이 아팠다.
수술 후 소실됐던 후각과 미각은 거의 돌아왔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맛과 냄새를 느끼는 데 있어 나쁜 냄새(맛)와 좋은 냄새(맛)가 내 선호에 따라 강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폴리스 캔디는 피하고 싶은 엄청 강한 향으로 변했다. 한편 수년 동안 먹지 않았던 햄버거는 요즘 너무 맛있다. 초딩 입맛으로 변한 건지. 10킬로 이상 빠졌던 체중도 조금씩 불고 있다. 사람의 몸이 인공지능 맞다. 매일 지각하는 몸의 실존을 느끼며 산다.
주치의께서 넘어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길이 미끄러워 오늘 약속을 이행해야 할지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