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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Dec 09. 2024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인 당신, 할 일을 하라

탄핵은 헌법에 따른 직무정지의 수단이다. 지금은 탄핵이 빠르게 정국을 수습하고 안정시킬 수 있는 최선이다. 절차를 공적으로 완료시켜 다른 시비 거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법에 없는 '조기퇴진'이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은 퇴진의 대상자인 내란의 주범과 퇴진의 방법과 시기를 협의하겠다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 방조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질서 있는 퇴진' 따위로 그들의 정치적 거래에 기대는 것이야말로 정국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시민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대하는 바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당신들은 헌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해야 할 일'을 하라.


수술 후 평화롭게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8월 말 대법원은 현직 서울 교육감을 해임했다. 이것이 나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나. 질서 이전에 공적 절차이기 때문이다. 법이란 그런 것이다. 법에 따라 10월에는 교육감 보궐선거가 있었다. 편안하게 회복이나 하고 있을 입장이 아니었다. 선거 사무원으로 등록하고 캠프 정책팀에 들어가 몸을 혹사시켰다.


모니터를 오래 보고 있으면 어지럽고 구토증세를 느꼈으며 팔다리가 저렸다. 그러나 상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상상하면 끔찍했다. 내 참여 동기는 상대후보의 당선을 막아 혁신교육의 퇴행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선거는 승리로 끝났고  공약추진위 활동이 이어졌다. 공약을 다듬는 것보다 위원수만큼이나 다양한 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그렇게 두 달 동안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쳤고, 몸의 체계와 리듬은 망가졌다. 살아 있는 몸이로되, 일상이 편안하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 무척 힘든 상태이다.


그런데 21세기 대명천지에 비상계엄이라니.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을 전 국민이 실시간 중계로 보았다. 난 분노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사이 집권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은 자당의 의원들을 본회의장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명백한 내란 방조 행위였다. 만약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시계 제로의 정국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판국에 질서 있는 퇴진이라니. 이런 비상시국에도 알량한 유불리를 저울질하고 있는 당신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나.


어제 탄핵 표결을 앞두고 배우자를 따라 여의도로 갔다. 서 있는 것조차 힘겨웠지만 국회 정문 앞까지 진출하여 '퇴진하라'를 외쳤다. 치솟는 분노로 몸의 균형이 엉망이 되었음을 알지만 한낱 소시민의 몸뚱이를 살필 때가 아니었다. 집에 들어와서, 뉴스를 보면서 그 옛날 80년 5월 '도피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나중에 '그날 새벽'이란 제목의 단편을 쓰게 했던 공포의 기억이었다. 최근 상황을 보면서 기시감이 오롯이 살아났다.


엉망인 기분 상태에서도 희망을 보았던 것은 집회 현장에 젊은이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나 '동지가'가 아닌 밴드의 흥겨운 노래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탄핵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몇 번이나 콧등이 시큰했다.


거듭 말하건대, 가장 질서 있는 퇴진은 탄핵이다.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인 당신들은 제 할 일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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