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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해방 국민투표

모든 국민의 주관적 인식 변화를 위한 참신하고 과감한 방법

by 교실밖 Apr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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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약 29.2조 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조 1천억 원(7.7%)이 증가했다. 전년 대비 전체 학생수는 감소했으나 사교육 참여율과 주당 참여 시간은 증가했다. 그동안 사교육은 학력 중시의 풍토, 입시 경쟁, 학부모의 기대, 교육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토양으로 하여 팽창해 왔다.


<사교육 해방 국민투표>를 쓴 이형빈, 송경원은 우리나라 사교육 관련 정책은 크게 네 가지 변곡점을 지나왔다고 분석했다. 중학교 입시 폐지와 고교평준화 정책, 1980년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과외 전면 금지, 2000년 과외 금지 위헌 결정, 2004년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 경감 대책 등이 그것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방안으로 제시된 것은 방과후학교를 통한 사교육 기능 대체, EBS 수능 강의로 사교육 기능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은 역대 정부의 사교육 정책을 세 가지 접근 방식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사교육 수요 해소(사교육의 원인인 입시 경쟁 해소), 사교육 공급 조절(사교육 시간과 비용 등을 조절), 사교육 대체(사교육 대체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제공) 등이다. 그러나 2024년 사상 최대의 사교육비 지출 통계를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한 사교육 대책은 실제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 중 사교육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저자들이 제시하는 것은 좋은 일자리를 확충하고 학벌사회를 완화하는 것, 대학 서열화의 해소와 고교평준화의 완성, 입시 제도 개선 등이다. 사교육 대체의 방안으로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 구축'을 들고 있다. 이 책의 핵심 제안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사교육 공급 조절 측면에서 <유아/초등학생 입시 사교육 중단 국민투표>이다. 과감하지만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2000년 과외 금지 위헌 결정문을 꼼꼼하게 검토하여 결정의 핵심이 사교육 금지 자체가 위헌이 아니라 '사교육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일부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 위헌이라고 했음을 밝힌다. 결국 '사교육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규제해야 할 사항을 별도로 정하는 것'은 현행 헌법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제시하는데, 제12조 교습과정에 단서 조항으로 '다만, 유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따른 학교교육과정이나 이와 유사한 교습과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것이다. 근본적이며 간명하다. 


이는 헌법 정신에는 위배되지 않지만 위헌 시비는 여전할 것으로 보면서,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들이 제안하는 방식이 '사교육 해방 국민투표'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시비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헌법의 개정까지 제안하는데 그 내용은 교육을 규정한 제31조에 7항으로 '초등교육까지 사교육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적으로 이행된다 하더라도 남는 문제는 사교육 종사자의 일자리 문제다. 저자들은 이를 공교육 혹은 돌봄 영역 일자리로 흡수하는 정책으로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일리 있는 제안이다. 모든 변화에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 두 저자는 '객관적 조건의 형성', '주관적 인식의 변화', '구체적인 로드맵'을 들었다.


윤석열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었다. 저자들의 제안을 구체화할 수 있는 조건 중 일부는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 책이 사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한 아마도 최초의 종합적인 제안을 내어 놓았다고 생각한다. 사교육 수요나 사교육 대체에만 신경을 썼던 교육정책의 불확실성을 넘어 발달 단계에 맞도록 몸과 마음이 성장해야 할 초등학교 단계까지라도 적용을 하기 위해 국민투표의 방식을 생각한 것은, 모든 국민의 '주관적 인식의 변화'를 위해서도 참신한 방법이다.


이외에도 흥미로운 다른 내용도 많은데,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교육자와 학부모는 물론이고, 특별히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기를 기대한다.


사교육 해방 국민투표, 이형빈/송경원 지음, 살림터(2025)사교육 해방 국민투표, 이형빈/송경원 지음, 살림터(2025)


* 사교육 해방 국민투표는 사교육을 해방시키자는 말이 아니라 과잉 사교육으로부터 아이들을 해방시키자는 취지의 제목이다. 

** 2025년 4월 10일 여의도의 한 교육시민단체 사무실에서 저자 두 분을 초청하여 세미나의 시간을 가졌다. 

*** 필자는 이 자리에서 토론 진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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