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어느 아이의 일대기

아이에서 소년, 소년에서 어른으로

by 오늘따라유난히

2016.07.30


조그맣고 작은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기억이 나지 않았을때부터 의식하지 못하는 기억들이 많았다.

매일 술취해 들어오는 아버지, 부셔져있는 식탁유리, 던져진 휴대폰....


어느날 남자아이와 그의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깜깜한 저녁. 어머니가 미안한듯 어쩔수없는 듯 흔들리는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아들. 엄마 이제 5년 밖에 못산대. 아픈 병에 걸렸어. 그러니까 엄마 없어도 아프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해." 그 아이의 나이 열두살, 조용히 이게 무슨 뜻 일까생각했다.


그 아이는 작고 조용한 버릇이 하나 생겼다. 그 버릇은 울 때 소리가 않는 것. 그 아이는 다짐했다. 아끼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나는 이해와 배려를 주며 살거라고.


그 해 부모님이 친구들 모임에 나가신다고 하셨다. 남자아이는 저녁부터 조용히 기다렸다. 저녁 여섯시, 열시.. 새벽두시.. "왜 안오지.. 걱정되는데" , 그리고 며칠 뒤 어머니가 밥을 먹여주신다. 그런데 숟가락이 입을 스쳐지나간다. 어머니가 말했다. "아들 엄마가 한번 쓰러지고 나서 한쪽 눈이 안보여. 엄마가 미안해.."

남자아아이는 밥을 먹고 학교로 갔다. 아이는 한쪽 눈을 감고 양손에 손가락을 맞춰보려고 한다. 자꾸 빗나갔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했다. "아...."


그렇게 그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 때부터 다른 습관이 생겼다. 실명에 관한 책과 드라마 아무것도 보지못했다. 어렸을 때 유명했던 책 '가시고기' ,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천국의 계단'

남자아이는 어느 덧 커버렸지만 잊었던 기억속에서 생각했다. " 왜 못 읽겠지?" 다시 한번 혼잣말 한다. "아..."

묻어있던 기억이 구멍난 댐처럼 쏟아졌다.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조용히 소리를 내지 않는 차가운 방울들이 떨어졌다.


그 아이, 수능을 준비하던 나이 열아홉, 그 아이는 하루에 20시간을 넘게 매일매일을 헤메는 머리속에서 공부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아이와 영화 보기로 한날, 아버지가 뭔가 이상하다. 말이 어눌하다, 꼬마아이가 같다,제대로 걷지를 못한다. 어머니가 말했다. "친구랑 놀고와, 별거 아닐거야." 찜찜하지만 그 여자아이를 보고싶어서 일단 나갔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텅빈 집에서 전화를 걸었다. "아들 아버지 중풍이래 중환자실에 있어." 그뒤로 그 커버린 소년은 생각한다. " 아 불쌍한 우리엄마.. 내가 지켜줘야겠다".


아이의 어머니가 다시 일을 시작하셨다. 음식점, 공장, 마트.. 50이 넘은 어머니의 나이에 안해본 일이 없어지고 있었다. 그 소년은 대학교를 입학했다. 이를 악물고 살았다. 그러다가 그 소년에게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그 소년은 절대 손대지도 않던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매일을 술을 마셨다. 집에 가기를 싫어했다.

주위에 사람들이 놀란다. 그 소년은 본인의 누울 수 있는 언덕을 찾아 다녔다. 집에서는 좋은 아들이 되고 싶어서, 주위사람들에겐 인정받고 싶어서,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 혼자 앓고 있던 모든 것들이 무너졌다. 어느 하루를 기점으로 그 아이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을 살아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렇게 지옥같은 하루가, 한달이 일년이, 시간이 지나갔다. 그래서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데에 오래걸렸다. 그리고 청년이 덩그러니 서있다.


소년이 다시 청년이 되어 어느덧 20대의 가운데에 버티며 있다. 청년의 어머니는 아직도 아픈몸으로 소일거리를 하며 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른다.


그 고난속에서도 밖에서 그 청년은 인정받았다. 좋은 직장에 다닌다. 주말조차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더 벌기위해 없이 밤낮으로 일한다. 그 돈으로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리고 그리고도 남은 돈들은 남들보다 많은 삶을 살고있다. 다만, 그 텅 비어버린 외로운 마음에 알콜과 니코틴, 소화할 수도 없는 음식들을 자꾸 집어 넣는다. 청년은 온 마음과 몸이 썩어있음느낀다.

그런 소년의 사실은 갚지 않는 학자금, 약간의 빚, 내일이 없는 오늘, 우울증,대인기피


청년을 알기만 하는 사람은 칭찬한다. "되게 능력있고 대단한것 같아요."

청년을 적당히 아는 사람은 비판한다. "술 담배 줄이고 적금도 좀 넣고 차도좀 사야지."

청년을 전부 아는 사람은 이야기한다. "너의 상황은 알겠지만 그래도 너를 위해 살았으면 좋겠어"


청년은 알고있다. 본인이 조금 참고 내일을 준비하면 사실은 조금 더 나아질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나 청년은 알고있다. 오늘 하루 버텨내는게 고단하여 잠들 수 없는 밤이 너무 많다는 것을, 한 가족을 책임지고 오늘을 살아내는 삶도 버겁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사실을 대화할 수 없음을, 나도 모르는 나에 대해서 쉽게 얘기하는 남들이라고 믿어버린 마음을.


이 사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청년은 20대를 지나 30대를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의 시간은 영원히 20대에 중간에 멈춰버릴까. 우연같은 인연이, 기적같은 사람이 검은 도화지를 흰색으로 바꿔줄까. 이 아이의 껍데기에 영혼을 불어 넣어 줄 수 있을까.







몇천일의 순간들이 몇 페이지의 작은 이야기가 되었구나. 이 복잡한 이야기를 장편으로 쓸 수 있을까

수필이면 좋을까, 소설이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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