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들어오던 창가

연이 1

by 재니

눈을 떴을 때, 연이 가장 먼저 본 것은

천장이었다.

희고 밝은 형광등이 눈을 찔렀다.

“어, 눈 떴어요.”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연은 눈을 다시 감았다.

빛이 너무 갑자기 들어왔다.

차가운 침대 감촉이 등에 닿아 있었다.

기계가 일정한 간격으로 소리를 냈다.

몸 어딘가에 여러 개의 선이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

“연이 씨, 들려요?”

연은 대답하려 했다.

‘네.’

속으로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몸을 움직여 보려 했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손도, 다리도.

자기 몸이 아닌 것처럼 조용했다.

‘이상하네.’

연은 천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깊이 잠들었다가 갑자기 깬 날처럼

몸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가만히 계세요. 괜찮아요.”

누군가 말했지만

연은 그 말을 반쯤 흘려들었다.

조금만 더 누워 있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늘 그랬듯이.

눈이 다시 천천히 감겼다.

잠도 아니고

깨어 있음도 아닌 상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누군가가 앞에 서 있었다.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

연이 아는 얼굴.

언제 그렇게 자랐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른이 되어 있었지만

울고 있는 얼굴은 여전히 아이였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서서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연은 자신의 어릴적 모습과 가장 많이 닮아있는

둘째 아이를 부르려 했다.

“….”

입이 열리지 않았다.

아이의 입술이 떨렸다.

“엄마… 미안해.”

그 말이 떨어지자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연은 손을 뻗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연이 씨?”

눈이 다시 떠졌다.

천장이었다.

같은 천장. 같은 거리.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아세요?”

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가슴이 조용히 눌린 것처럼 무거웠다.

‘잠깐 졸았나.’

그렇게 생각했다.

몸이 이러니

별것 아닌 환각일 거라고 넘기려 했다.

“손가락 하나만 움직여 보실래요?”

연은 마음속으로 손을 떠올렸다.

한참을 집중하자

왼손 손가락 하나가 겨우 움직였다.

아주 작게.

그 순간

연은 알았다.

자신의 몸 한쪽이 갇혀 있다는 걸.

분명 내 몸인데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

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 그랬다.

먼저 소란을 피우기보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쪽이었다.

그때 커튼이 살짝 흔들렸다.

창문 틈으로 햇살이 들어왔다.

얇고 조심스러운 빛이었다.

바닥에 잠깐 내려앉았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연은 그 빛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햇살은 따뜻했다.

‘오늘, 따뜻하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다른 햇살이 떠올랐다.

골목 끝까지 내려앉던 빛.

아이들 얼굴 위로 튀던 봄 햇살.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던 공기.

그날도

이렇게 따뜻했었다.

연의 기억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잠시 두고

천천히 다른 시간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