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원 Feb 16. 2020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니!

 얼마 전 1년을 투자해서 준비했던 편입을 끝마쳤다. 이 한 줄을 쓰면서도 시원섭섭한 것이, 내 생각보다 더 미련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렇게 편입을 결정하는 것조차도 큰 결심이 필요했다. 이미 대학교 3학년 과정까지 끝마치고 휴학을 한 터라, 복학해서 1년만 더 다니면 기나긴 학교 생활은 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선택한 자퇴는 참 아이러니긴 했다. 그때는 사실 나름 거창한 계획들이 있었고, 가능할 거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대학교에 ‘대’ 자도 기대하지 않았던 내가, 대학교를 왔으니 그다음도 가능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었다. 내 생애 가장 충동적이고 대담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편입을 위해 이것저것 하다가 얼마 전에 면접을 봤다. 한 달 전일뿐인데, 몇 백 년 전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득하다.


 사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편입을 위해 토익 점수가 필요해 토익을 매달 칠 때, 매달 다른 시험장에서 포기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때때로 잠이 덜 깨서 시험을 망치면 평소 실력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그때는 정말 이게 다 뭐라고 싶어 그만두고 싶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고, 실패하게 된다고 해도 나 자신에게 떳떳하고 싶기도 했다. 결국 실패했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이렇게 구구절절인 건,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미 면접 질문지를 받은 순간부터 직감했고, 그 순간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실제로 면접 질문지를 받고 포기하고 나간 사람도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꾸역꾸역 면접을 본 건, 이때까지 내 노력이 아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걸 다 버리고 1년을 하나만 바라보고 준비했는데. 면접이라도 봐야지 싶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씁쓸했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니!




 나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입 밖으로 꺼내는 일도 거의 없을 정도로. 그도 그럴 것이, 실패면 실패지 무슨 성공의 어머니란 말인가. 그런 게 가당키나 할까. 물론, 실패를 거듭하면서 알 게 되는 게 있으니 그렇겠지만, 그래도 동의할 수 없는 건 여전하다.


 다만 나는 실패를 통해 얻는 것이라 하면, 실패의 아픔을 털어버리고 일어나는 용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앞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꽤나 많은 도전을 하고, 많이도 실패를 했다. 그 수많은 실패를 통해서 얻은 것이라 한다면, 실패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이었다.


 스키를 탈 때 넘어지는 것을 먼저 배우고, 유도에서 낙법을 배우는 것처럼. 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인생에서 실패 몇 번쯤, 그런 넘어짐 쯤으로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어졌다. 아니면 안전하게 넘어지기 위한 연습이라거나.


 때때로 넘어져 눈물 찔끔 나고, 상처도 나고, 아프겠지만, 결국엔 딱지가 앉아 약간의 흉터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처럼. 실패해서 우울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여러 번의 실패는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게끔 해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패한다고 해서 내가 불량품인 것은 아니다. 누구나 실패는 할 수 있다. 다만 어떻게 극복하느냐의 문제겠지. 말하자면 자신들이 불량품이라 했던 영화 ‘월플라워’의 주인공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좋지만, 내가 불량품이라 단정 짓는 사람은 아니길 바란다.



  나 자신을 항상 예뻐할 수는 없지만, 다만 나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하지만 말기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