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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Sep 16. 2017

수천 번, 수만 번 넘어져요. 그래도 돼요

 확고한 꿈을 가진 후부터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받아왔다. '왜, 어떻게 그렇게 네 꿈을 확신할 수 있어?'라는 질문. 그럴 때마다 나는 '아니 뭐, 그렇게 됐어'하며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사실이 그렇다. 왜인지, 어떻게 해서인지도 모르니까.


 사실 내가 내 꿈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이제야 2~3년 즈음. 중요한 건 내가 이 꿈을 가진 것이 10년은 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내 꿈에 당당해진 것이, 꿈을 가진 시간의 반년조차도 되지 않는다.


 당당히 말해 내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나름 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런 욕망을 떨칠 수는 없다. 내가 내 이름을 당당하게 내걸고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불안하고 불안하다. 그런 마음으로 필명 뒤에 숨어버린 것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이 꿈을 꾸기 시작하고, 나는 돌고 돌아 다시 이 길로 돌아왔다.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음에도, 대학에 낙방하면서 다른 꿈을 꾼 적도 있었다. 이 길이 아무래도 내 길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원치도 않는 대학을 가면서 괜찮은 척 했다. 다 포기한 척 했다. 사실 괜찮지도, 포기하지도 않았으면서.


 결국 다시 내가 꿈을 꾸게 된 건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교 1학년, 동아리 회식 때 들은 말 때문이었다. 그날의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또 시끌벅적했다. 그 상황에서 옆에 앉은 한 학년 선배의 말 때문에 나는 다시 돌아왔다. '너 괜찮아? 원하지도 않는 곳에 와서, 원하지도 않는 공부를 하는데'. 그 말을 듣고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그 후 지금 이렇게나마 두 개의 꿈에 발을 걸치기라도 하고 있다.


 어쩌면 포기하지 않았다는 나 혼자만의 합리화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내 10대의 청춘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 힘들었던 시간을 아직 붙잡고 있다는 합리화. 그래도 좋다. 내가 지금 하는 고민이 돈 벌 궁리가 아닌, 내가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할까 같은 거니까. 그러니 나는 힘들어도 끝까지 걸어갈 테니까.




수천 번, 수만 번 넘어져요. 그래도 돼요





 수천 번, 수만 번 넘어져도 된다. 그렇다고 비난할 사람도, 흘겨볼 사람도 없다. 내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 중에 하나를 고르기 위해,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괜찮다. 안정적인 직업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며 두 발을 모두 걸쳐도 좋다.


 다만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완벽한 끝을 보고 하는 완벽한 포기가 아니라면, 끝까지 걸어가길 바란다. 해결보지 못한 중도하차는 결국엔 미련을 남긴다. 미련을 남기는 것보다는 끝까지 하는 것이 더 후련할 것이다. 그런 후에서야 하나의 갈림길을 지워낸다면, 미련 없는 포기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니 수천 번, 수만 번 넘어져도 괜찮다. 그렇게 넘어져 힘들겠지만, 뿌듯함은 남기길 바란다. 원하는 것을 찾는 데에 쉬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안전을 위한 에어백을 바라기 전에 그만큼 노력해보기를. 적어도 그 마지막을 보기 위해 끝까지 걸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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