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10대 때 나도 대학생활을 잘 해나가면 꽤 괜찮은 20대가 되는 줄 알았다. 스물이 됐을 때도 그랬다. 열아홉에서 스물이 되어 앞자리가 2가 되었지만, 그래도 스물 쯤이야 싶었다. 조금 복잡한 마음이긴 했지만 그랬다. 앞자리가 바뀌고 대학생이 되긴 했지만,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쳤다.
그 자신감대로 대학생활 하나는 참 잘했다. 성적도 남부러울 것 없었고, 친구도 적당히 있었다. 하지만 공부만 주야장천 하다가 온 한국의 10대가 대학생이 되어 봤자, 거기서 거기일 뿐이었다. 공부만 할 줄 알았지, 놀 줄도 모르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몸만 큰 어른이었다.
나도 그랬다. 몸만 커버린 어른 아이. 할 줄 아는 게 공부뿐이었다. 어떻게 적금을 드는지, 비행기표는 어떻게 끊으면 좋은지, 심지어는 학생증 재발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생 때까지는 공부하기 좋으라고, 뒤에서 모든 걸 해결해주는 부모님이 계셨으니.
그러다 타 지역, 새로운 환경에 놓인 것이다. 마치 게임 캐릭터가 허허벌판에 떨어진 것처럼. 꽤나 정신없는 20대 초반이었다. 공부도 해야 하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들을 이젠 척척 해나가야 하니까. 모르는 길을 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다.
나는 아직도 이렇게나 모르는 것이 많은데 주위에서는 어른이니까, 어른답게 하라고 했다. 어른이라니. 멋모르던 열아홉 살이 스물이 된다 해도, 그냥 멋모르는 스물일 뿐이다. 우리가 무슨 디지몬이나 포켓몬도 아니고, 1년 지난다고 레벨업하고 설정값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20대 중반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좀 더 나이를 먹으면 모르는 게 더 생기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난 후 나는 입사 면접도 처음일 것이고, 처음 해보는 업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게 처음이던 스물을 지나, 다시 모든 게 처음인 n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는 게 없는 n살이 계속해서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건데, 어떻게 완벽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부모님만 해도 그렇다. 결혼을 하긴 했지만, 부모님이 되는 연습을 한 건 아니니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 또한 처음이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가는 첫 해외여행 또한 인생의 처음.
그러니 좀 서툴러도 어떤가. 우리 모두 처음을 살아가고 있을 텐데. 처음의 스물, 처음의 스물넷. 처음의 서른. 서툴러도 괜찮다. 우린 아직도 n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