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운이 나쁘면 늘 운이 나쁜 하루가 있다. 그리고 한 번 기분 나쁜 말을 들으면, 계속해서 듣게 되는 날도 있다. 내게도 그런 날이 몇 번쯤 있었다. 그중 대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대충 아니라고 설명 몇 번 하고 끝낸 것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마음이 상한 날이었다.
그날 나는 친구에게 늘 들었던 말을 또 들었다. '그래도 그 일은 내가 하는 일에 비하면 낫겠지.'였다. 추측성이 가득한 말이었다. 최근 들어 휴학한 나는 한 달 전쯤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여름이면 땀을 비 오듯 흘려야만 하는 일이었고, 친구도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몇 번 정도는 이해했다. 겪어보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친구는 늘 '그래도 나보단 낫지'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니라고, 네 일이 힘든 만큼 내 일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을 했음에도 친구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일 얘기만 나오면 '야, 그래도 나보단 낫지'라는 말을 쉽게 했다. 친구에게는 자기 일보다 힘든 일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늘 지쳐갔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친구의 그 말에 힘이 빠져서였다. 늘 자신이 최우선인 친구에게 지쳐갔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 심적으로 힘들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친구의 그런 태도는 오래전부터 계속된 거였다. '그래도 너는 나보다 낫지'. 무슨 일에서든 자신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다.
네 기준에 나를 가두지 마
무슨 일이든 힘들고 기쁘고 아픈 정도는 다르다.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자주 겪는 일들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무조건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못하다. '나는 이만큼이나 힘든 일을 하는데, 그 정도쯤이야', '나는 이런 일도 겪었는데 그 정도로 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봤을 때 아무리 쉬워 보여도, 그 사람에게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은 그 일을 늘 해왔기 때문에, 그 사람의 기준은 그 일이다. 그러니 자신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럴수록 서로 지치고 상처받기 마련이다.
힘들다고 하면 '고작 그 정도로?'라는 말이 아닌 위로를 했으면 한다. 각자의 힘듦은 각자의 삶에 따라 달라지니까. 정말 큰 일로 힘들어 할 수도 있고,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으로도 힘들어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무시가 아닌 따뜻한 위로를 할 수 있길. 괜찮냐고, 괜찮아질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