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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May 08. 2017

아프면 아프다 말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목적지 없이 거닐다, 술집으로 걸음을 옮긴 적이 있다. 가자고 이야기된 것도 아니었지만 누구랄 것도 없이 '술'이었다. 어쩌면 친구도 나도, 마음 속에 쌓인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 아닐까.


 못할 것만 같았던 말도 술 한 잔에 쉬이 나왔다. 나는 그 날, 결국엔 꿈을 포기했노라고 말했다. 실체도 없는 것 같았던 이야기가 입 밖으로 나오니 참으로 묵직했다. 커다란 돌덩이가 일순간 빠져나온 느낌.

 친구는 왜 그랬냐고 묻지 않았다. 아픔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치 않은 내 말을 그저 들어줄 뿐이었다.

 

 속에 쌓인 게 많은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내 마음이 어떤지 알려고 하지도 않아서 몰랐을 뿐, 내 속은 찢기고 긁혀 너덜너덜했다.

 그날 나는 한참을 울었다. 괜찮다고 되뇌었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던 거였다. 맞지 않는 길을 가며 수십 번 괜찮다고 했지만, 그 길은 끊임없이 부서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괜찮을까?


 어둠 속에서 어둠을 보려 하면 볼 수가 없다. 상처가 많은 사람이 상처를 보려 하면 그 또한 볼 수 없는 법이다. 이미 한없이 상처받아, 안 아픈 곳이 없으니. 그러니 가끔은 내가 괜찮은지 내게 물었으면 좋겠다.


 상처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힘든 줄 모르고 하는 '괜찮다'에 마음은 썩어문드러진다. 그러니 아프다고,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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