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프로젝트나 과제가 끝나갈 무렵이면, 업무의 긴장감이 풀리며 한결 여유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대부분의 문서와 장표는 이미 완성되어 있고, 이제 남은 것은 사소한 수정 작업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순간이야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쉬운 시점이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수없이 문서를 변경하고, 논의를 거듭해왔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나왔던 중요한 논의나 결정 사항을 잊어버리기 쉽다. 이러한 부분까지도 꼼꼼히 챙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는 단순히 결과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학습과 인사이트도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자료는 보관되어야 한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도 종종 문의가 들어오거나, 관련 내용을 확인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당시에는 선명했던 기억이 프로젝트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희미해진다. 물어보는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를 방지하려면 자료와 이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두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정보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그러나 언젠가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프로젝트 종료 후 최소 1년간은 자료를 잘 관리하고, 주요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는 나중에 불필요한 낭패를 방지하는 최소한의 대비책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해방감에 젖어 자료 정리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에 정리를 하지 않고 넘어가다 보면, 결국 나중에 찾아오는 건 후회뿐이다. 나 역시 이전 프로젝트에서 이런 실수를 경험한 적이 있다. 자료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마무리 작업과 정리는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발판이 된다. 마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짐을 정리하면서 추억을 되새기는 것처럼, 프로젝트 종료 후 자료를 정리하는 과정은 과거의 경험을 체계화하고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단계다.
한가로워진 지금이야말로 마무리에 집중할 시간이다. 자료를 정리하고, 논의된 사항을 기록하며, 기억을 재정리하라. 이것이야말로 프로젝트를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이며, 미래의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