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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사PE Nov 07. 2024

봉탁 17. 고비는 항상 있다

기술이 중요한 운동

봉탁은 탁구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일주일에 몇 번이고 빠지지 않으려 애쓰고, 탁구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투자했다. 그런데도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 서브 연습, 포핸드 연습, 커트 연습... 연습이 거듭될수록 답답함이 커져갔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왜 이렇게 안 늘지? 내가 재능이 없는 건가?" 봉탁은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탁구가 주는 즐거움은 점점 희미해졌고, 대신 실망과 좌절이 마음을 잠식해갔다. “도파민이 벌써 떨어졌나?” 봉탁은 처음의 열정이 식어가는 자신을 자조했다. 어쩌면 장기간 나오지 않는 회원들이 이렇게 좌절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탁구는 정말 기술이 중요한 운동이었다. 배드민턴은 그래도 몇 번 셔틀콕을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탁구는 다르다. 공이 라켓에 닿자마자 빠른 속도로 날아가버리니, 기술이 없으면 경기가 진행되지 않았다.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게임할 때면 봉탁은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이 공을 주우러 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자신이 부담스러워 보일까 걱정되기도 했다. 탁구공을 실수한 사람이 아니라 잘한 사람이 주워야 한다는 규칙은 초보인 봉탁에게 더더욱 주눅 들게 했다.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정말 실력이 늘까?" 봉탁의 머릿속은 늘 이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벽에 부딪힌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핑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일이 많으니까 빠질까? 그래도 이번 한 번 빠진다고 무슨 큰일이 나겠어?"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미 포기하려는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가는 길에 다시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그래도 꾸준히 해보자."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봉탁을 탁구장으로 이끌었다.

탁구장에 도착하니, 조형이 이미 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있었다. 조형은 거의 매일같이 나와 연습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온다고 했는데, 그의 열정은 끝이 없어 보였다. 봉탁은 조형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썼다.


"그래, 꾸준히 하자. 실력이 금방 늘지는 않더라도, 조금씩이라도 좋아질 거야." 봉탁은 조형의 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마음은 여전히 흔들렸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더 단단해지려고 노력하는 자신이 있었다. 고비는 항상 있지만, 그 고비를 넘을 때마다 조금씩 더 강해지는 자신을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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