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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 K Jul 13. 2024

결핍의 치유

나의 마음속 피아노

피아노학원에 다니던 어린 꼬마

피아노가 매우 갖고 싶었다.

엄마에게 사달라고 엄청 졸라댔지만,

외벌이에 피아노는 사치일 뿐이었고,

혼자 써 놓은 일기장에 엄마가 밉다고

피아노가 갖고 싶다고 끄적여 놓은 글들이

눈이 펑펑 쌓인 벌판에 강아지의 발자국처럼

아주 작은 흔적으로 자리 잡아 잊혀갔다.

 

어른이 되어서도,

피아노를 갖고 싶다는 열망은 항상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돈 벌어서 사자!"

이런 마음을 가지고 24살, 직장에 다니고 월급을 받아서

영창에서 나온 커즈와일 신디건반으로 구입하였다.

나름 주변에 음악전공하는 친구들에게 심사숙고하여 추천을 받아

터치감과 소리 좋다는 건반을 구입했다.


나는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한다.

하지만, 구입하고 나서는 참으로 행복했다.

소유하는 것에 의미가 큰 물건이었다.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피아노는 막상 사게 되니 애틋해지지 않고,

바쁜 직장생활에 건반 위에는 먼지만 뽀얗게 쌓여갔다.

결혼을 하면서 나의 애장품인 신디건반을 들고 왔다.

막상 갖고 난 뒤라서였을까?

사고 나니 마음속의 결핍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해소되지 않았다.

피아노만 사면 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물음표를 남기고 잊혀갔다.


쌍둥이 딸들이 요새 콩쿨준비를 한다.

그냥 음악을 즐겼으면 해서 그전부터 콩쿨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학원친구들이 콩쿨에 나가는 걸 보더니 자신들도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일정이 마치면 콩쿨준비반은 1시간씩 남아서 더 연습을 하고 온다.

많이 힘들 텐데도 악보도 다 외우고 와서도 헤드셋을 끼고 연습하길래

나도 헤드셋을 끼고 들어보았다.

악보도 제법 외우고, 열심히 연습해서 실수 없이 치는 모습이 대견해서 마치고 박수도 치고 했다. 


아이들이 자기 방에 자러 가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

내가 원했던 것이 이거였구나.

피아노.. 단순히 피아노가 아니었구나를 깨달았다.

엄마, 아빠한테 '나 피아노 이렇게 잘 쳐요.' 이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어린 꼬마의 마음에 그래서 피아노가 갖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콩쿨에 나가보지 못했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된다. 아빠는 외벌이셨는데, 내가 피아노 사달라고 졸랐을 때 사줄 수 없는 마음은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콩쿨에 나가려면 돈이 이만 저만 드는 게 아니다. 드레스도 빌려야 하고, 참가비도 따로 내고 콩쿨반도 따로 운영된다. 사실 쌍둥이니깐 돈도 2배로 더 들어간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긴 하지만, 돈이 상당히 들게 되는걸 그때는 몰랐다.

콩쿨에 나가지 못했던 나는 엄마, 아빠에게 피아노 치는 나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의 결핍은 피아노가 없어서가 아니었구나를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의 딸들과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너무 멋지다고 잘 쳤다고 격려해 주면서 박수를 쳐주고 우리 딸들은 뿌듯한 마음과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그 표정을 지으며 연주했던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나는 정말 참된 회복을 경험했다.


딸들을 통해서

나는 내 안의 결핍이 치유되고,

오늘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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