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음악을 즐겼으면 해서 그전부터 콩쿨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학원친구들이 콩쿨에 나가는 걸 보더니 자신들도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일정이 마치면 콩쿨준비반은 1시간씩 남아서 더 연습을 하고 온다.
많이 힘들 텐데도 악보도 다 외우고 와서도 헤드셋을 끼고 연습하길래
나도 헤드셋을 끼고 들어보았다.
악보도 제법 외우고, 열심히 연습해서 실수 없이 잘 치는 모습이 대견해서 마치고 박수도 치고 했다.
아이들이 자기 방에 자러 가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났다.
내가 원했던 것이 이거였구나.
피아노.. 단순히 피아노가 아니었구나를 깨달았다.
엄마, 아빠한테 '나 피아노 이렇게 잘 쳐요.' 이걸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어린 꼬마의 마음에 그래서 피아노가 갖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콩쿨에 나가보지 못했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게 된다. 아빠는 외벌이셨는데, 내가 피아노 사달라고 졸랐을 때 사줄 수 없는 마음은 얼마나 무거우셨을까? 콩쿨에 나가려면 돈이 이만 저만 드는 게 아니다. 드레스도 빌려야 하고, 참가비도 따로 내고 콩쿨반도 따로 운영된다. 사실 쌍둥이니깐 돈도 2배로 더 들어간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긴 하지만, 돈이 상당히 들게 되는걸 그때는 몰랐다.
콩쿨에 나가지 못했던 나는 엄마, 아빠에게 피아노 치는 나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의 결핍은 피아노가 없어서가 아니었구나를 명확하게 깨달았다.
나의 딸들과 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너무 멋지다고 잘 쳤다고 격려해 주면서 박수를 쳐주고 우리 딸들은 뿌듯한 마음과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그 표정을 지으며 연주했던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나는 정말 참된 회복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