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확장
우려했던 독서모임은 의외로 유익했다.
나는 생각의 확장을 경험했다. 오늘 나는 이 사람들과 처음 만났다. 정확하게 토요일 오후 2시에 [퇴사는 여행]이라는 책을 읽고 만난다는 것 외에는 어떠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방대한 정보가 넘쳐나는 피로한 시대에 간결한 목적으로 책 한 권 가지고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군더더기 없이 좋았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으로 이 책을 선정하게 된 것은 작년 기준 대출상위 랭킹 4위의 책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적어도 100명 이상의 사람의 손을 거쳐간 책이라고 하셨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퇴사에 관해서 같은 고민들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되지 않았을까?
우리는 같은 책을 읽었지만, 받아들여지는 부분은 달랐다. 이 저자에 대해서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기질이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느꼈던 사람이 있고, 퇴사와 여행이라는 두 주제가 연달아 나와서 글을 읽으면서 좀 공감이 안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한번쯤 퇴사를 한다면 이 저자가 여행했던 여행지로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던 사람도 있었다.
나는 작년에 내가 해왔던 일을 퇴사하게 되었다. 또 다른 일을 찾기 전 맞이한 마흔이라는 시점에 나는 1년간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들로 가득했으나, 명쾌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늘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야 내가 또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퇴사 후 여행을 떠난 저자의 이야기가 나의 갈증을 채워주듯 시원하게 읽어내려 져 갔다.
퇴사는 여행. 이 저자는 왜 이렇게 제목을 정했을까?
퇴사와 여행이라는 두 키워드에 집중해서 생각해 보았다. 이 두 키워드의 공통점은 직접 부딪히고 해 보기 전까지는 '어려울 거야. 설마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고 우리가 할 수 없는 조건들에 대해서만 집중하겠지만, 실제로 퇴사를 하고, 여행을 몇 달씩 떠나더라도 그런 고민들은 기우였고, 해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만년 백수로 살지 않고서는 퇴사를 한 뒤 또 다른 직장을 구할 것이고, 이민 가서 그곳에 정착하지 않고서는 여행은 끝이 나고 다시 일상으로,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내가 돌아올 지점의 푯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저자는 이 푯대에 본질적인 질문들로 고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친 풍파에도 쓰러지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푯대를 위하여 고민했던 흔적과 우리에게 도전하고 용기를 주고 있는 책 같았다.
같은 책이라는 교집합 가운데 다양한 생각들을 주고받으면서 생각들은 확장되어 갔고, 예전부터 글을 써보고 싶다는 나의 생각들에 용기라는 날개를 달아 글을 쓰게 되었다.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도 결혼을 했는지도. 하지만, 그곳에 모였던 독서모임의 사람들은 우리가 삶에 있어서 대다수의 시간으로 보내는 '일'이라는 존재의 가치에 대해서 바라보는 관점과 더 나아가 삶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고민함에 있어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다양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즐거웠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