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nie Aug 31. 2021

천만 원으로 시작한 그림 공방

어차피 날려도 500만 원!

새로운 공간에서 강의도 하고,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두 번째 사업자를 등록했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사업자등록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라 하루 만에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사업자를 등록하는 것보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가 더 중요했다. 공방을 운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에 큰 틀안에서 생각을 모아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그림 강의와 새롭게 배운 천연비누 만드는 것을 가르칠 수 있었고, 작품을 판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다다르니,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도구들과 공간 대여료 등의 여럿 비용이 떠올랐다.




전 재산 겨우 천만 원

충동적으로 퇴사를 하고 나니 통장에는 겨우 1,000만 원의 금액이 찍혀 있었다. 그마저도 1년을 채우지 못한 사회생활이라 퇴직금도 없었다. 20대 내내 후회했던 순간은 없었는데, 30대에 와서 생각해 보니 무책임했던 퇴사 결정에 조금은 후회가 남는다. 돈을 조금 더 모아둘걸...


당시에는 패기가 전부였기 때문에 아무것도 겁나지 않았다. 가장 크게 든 생각은 '회사 가기 싫다.'라는 것이었고, 당시의 연애 상대도 내가 생각했던 미래의 배우자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럴 거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은 일을 해내고 싶었다. 


다만 '매달의 월세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들었다. 빠르게 이 돈으로 해나갈 수 있는 것들을 정리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퇴사한 게 몇 번째인지, 겨우 이 돈을 들고 기뻐할 처지는 아니었다. 가장 크게 들었던 비용은 작업실의 보증금이었다. 어떤 공간을 알아볼 때마다 보증금은 500~1,000만 원 사이였고, 가진 돈에 비교해 봤을 때 500만 원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학생 때도 용돈 한 번 달라고 하지 않았던 내가 부모님께 처음으로 돈 이야기를 꺼냈다. 500만 원만 빌려달라고... (당시에 봐놓은 좋은 상가가 있었는데 그곳에 자리를 잡고 싶었다.) 당연히 거절당했고, 내 계획이 부모님께 좋게 들릴 리 없었다. 이때부터 나의 오기와 똥고집이 시작됐다!



어차피 날려도 500만 원

공동작업실에 있는 동안의 생활비는 어찌어찌 충당이 되었고, 보증금을 제외한 500만 원으로 작업실을 꾸려야 했다. 월세와 생활비까지도. 정말 무리해서 진행했던 일인데, 한편으로는 겨우 500만 원으로 인생을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틀을 잡고 예산을 확인했다. 그림 수업만 진행한다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재료들도 있었기에 큰돈이 들지 않았다. 문제는 천연비누를 추가할 것인지 아닌지이다.


20대 내내 종이 안에 갇혀있는 듯한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손에 잡히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하는 김에 할 수 있는 욕심을 모두 내봐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커져 천연비누를 좀 더 깊이 공부했다. 그렇게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는 데에만 약 150만 원을 소비했다. 게다가 이왕이면 예쁜 장비들을 더 들이겠다고 돈을 또 지불했다. 전반적으로 요식업이나 다른 쇼핑몰들에 비해 공방은 창업 비용이 저렴해 접근하기가 쉽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경우 제외) 만약 천연비누를 만들겠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금전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누를 만드는 일도 꽤 성과를 냈었기 때문에 공부한 것에 후회가 없다.


이때에만 해도 주변의 핀잔을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네가 무슨 사업이야.', '돈은 좀 있어?', '집이 그렇게 힘든 건 아닌가 봐?' 등 잔소리와 나쁜 시선들을 견뎌야만 했다. 나라고 몇 푼 안 되는 돈을 모두 쏟아부으면서 생각이 없었을까. 그 사람들 때문이라도 열심히 잘 해나가고 싶었다. 잘 안되더라도 다음 발걸음을 내디딜 각오도 되어 있었다. 


어차피 날려도 500만 원이다.






이메일 slonie@naver.com

인스타그램 @workroom921 / @by_sloni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