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nie Aug 27. 2021

공동작업실 옆자리에는 어떤 사람이 앉아있을까?

모든 수강생분들의 예상과 달리, 나는 30살이 되도록 '내 방'을 가져보지 못했다. 무탈하게 자랐을 것 같은 내게도 여러 사연이 있다는 뜻이다. 돈은 없고, 나만의 공간은 갖고 싶으니 방법을 강구하다 '공동작업실'에 가게 되었다.


주로 공동작업실은 뜻이 맞는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곤 했는데, 그 형태도 생각보다 다양했다. 사무실을 빌려주거나 작업실의 임대료를 나누어 내는 등의 형태로. 각각의 모양새는 모두 다르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공동작업실의 형태

사무실을 빌려주는 곳은 대부분 비즈니스 목적으로 공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운영자인 경우가 많았다. 책상 하나의 자리를 15~30만 원 사이의 금액으로 빌릴 수 있었다. 동생과 각자 22만 원(총 44만 원)을 부담한 채로 2인실을 사용했던 적이 있는데, 책상과 의자가 빠지는 공간. 딱 그만큼의 공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비슷하지만 좀 더 사람 냄새나는 작업실을 셰어하는 곳도 있다. 비슷한 작업을 하는 분들이 모여 공간을 이루고 약속한 월세와 관리비를 나누어 계산한다. 나도 이런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집 근처에는 마땅한 곳이 없어 아쉬웠다.


또 다른 형태로는 상가를 셰어하는 방법이다.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고 월세를 지불하거나, 무언가 판매를 하는 것이라면 수익률을 나누어가는 경우도 있다. 결국은 공간 자체가 주인의 취향에 맞게 설계되어 있고, 그곳에서 돈을 벌려면 공간을 홍보해 주어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번은 굉장히 마음에 드는 곳을 만났는데 공방의 2층 중 약 3평 남짓한 공간을 대여해 주신다고 하셨다. 인테리어는 예뻤지만 80만 원의 월세를 요구하셨다. (부담된다고 하자 60만 원의 월세와 수입의 20%를 말씀하셨다. 휴지 등 비품을 사용하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고도 하셨다...)



공동작업실은 보통 한 달 월세를 보증금으로 두는 곳이 많다. 퇴실 시에는 마지막 달 월세로 사용된다. 적당한 비용의 공간 대여는 따로 공간을 임대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꽤 괜찮은 작업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공간을 혼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느냐에 따라 나의 작업시간과 업무 스타일이 바뀌기도 한다. 어릴 때에는 많이 이용했지만, 퇴근 후 찾아가서 작업을 하려고 하면 치맥을 권하는 주변 사람들도 있어서 흐름이 금방 깨지기도 했다. (하루 작업시간은 겨우 2-3시간밖에 되지 않는데...)


사람이 많은 걸 싫어하는 나는 '나만의 공간'이 정말 갖고 싶었다. 마침 천연비누 작업을 시작하면서 짐은 점점 늘어났고 집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이 커졌다. 이왕 공간을 가질 거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으로 결정하고 싶었다.


상가 셰어

우연히 부평역에 있는 베이킹 클래스 공방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3층에 있는 작업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작업실의 방 한편을 임대해 주신다고 했다. 한 칸짜리 방이었지만 벽은 핑크색으로 페인팅 되어 있었고 레일 조명이 예쁘게 달려 있었다. 한 달 임대료는 40만 원이었다.


안쪽에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하루 종일 지낼 공간으로 충분했다. 꼭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해 직접 조립하고 배치했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책상과 의자, 수업에 필요한 재료들만 있으면 바로 수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공방을 임대했지만 같이 사용하는 선생님과 시간이 겹치는 일은 거의 없어서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다음 작업실을 어떤 곳으로 구해야 할지 고민할 수 있고, 작업을 시험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미 깨끗한 공간이었지만 열심히 쓸고 닦았다.


공간이 생긴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원 데이 클래스를 오픈했더니 문의가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다른 사람의 공간에서 수익률을 배분하여 했던 수업이라면, 이때부터는 오롯이 나의 공간에서 하는 수업으로 바뀌었다. 


첫 한 달의 수입은 약 25만 원. 겁쟁이였던 내가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어졌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몇 개월 후 작업실을 비워주어야 하는 상황이 와서, 이 기회에 내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메일 slonie@naver.com

인스타그램 @workroom921 / @by_sloni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