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nie Aug 21. 2021

20대에 한번 망했던 이야기_2

내가 20대에 벌였던 작은 일들.

온라인 쇼핑몰

프리마켓에서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모른다. 호불호가 표정에 바로 반영이 되니 내 상품의 가치도 어느 정도로 평가되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은 고갈되었고, 조금 더 편한 방법으로 내 상품을 판매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온라인상에서 쇼핑몰은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 중 하나다. 웹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내 쇼핑몰 하나 못 만들까?' 싶었다. 요즘에는 큰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템플릿을 구매할 수 있어 창업과정이 쉽다. 당시 제작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약 50만 원 정도로 예상했다. 실제로 템플릿을 구매하는 데에 10~20만 원, 카드사를 연결하는 데에 약 2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웹서버도 필요하다. 제일 저렴한 것으로 1년에 1~2만 원 정도로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큰 종잣돈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에는 별다른 돈이 들지 않았고, 통신판매업 신고 시에 필요한 등록 면허세만 지불했다. (등록 면허세는 해마다 내는 것!) 자본금이 없는데도 너무나 쉽게 쇼핑몰을 오픈할 수 있음에 신기하고 뿌듯했다.


하지만 나의 쇼핑몰 오픈에는 큰 문제가 따랐는데, '판매할 물건'의 상태가 부족했던 것이다. 주 판매 상품은 그림이 그려진 아트상품이었기 때문에 종이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이 많았다. 커다란 포스터를 배송하기 위해서는 지관 통이 필요했고, 포장재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됐다. 종이제품 말고도 상품군을 늘리고 싶어 소량 제작 가능한 몇 가지 제품을 시제품으로 받아보는 데에도 돈을 썼다. 제작만 했는가? 스튜디오를 렌트해 제품 사진까지 찍어 준비도 했다.


빠르게 약 100만 원가량의 돈을 흘려보냈다. 쇼핑몰을 제작했던 비용까지 하면 150만 원 이상. 경험도, 전략도 없이 시작한 사업이 잘 될 리가 없었다. 이걸 한다고 몇 달을 허비하고 있으니, 생활비 명목으로 모아둔 돈도 점점 사라졌다.




내 쇼핑몰은 결국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부족했던 그림 실력, 제품의 품질/실용성, 마케팅 등 수많은 실패 요소가 있었으리라.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하며 퇴사 후 진행한 이 모든 일 때문에 통장 잔고에는 80만 원가량의 금액만 찍혀있을 뿐이었다. 


나도 유명 작가들처럼 예쁜 분위기의 작업실에서 여유롭게 그림을 그리는 일상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대체 그들은 한 달에 얼마를 벌기에 그런 여유를 가지고 있을 수 있던 걸까?





이메일 slonie@naver.com

인스타그램 @workroom921 / @by_slonie

이전 03화 20대에 한번 망했던 이야기_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