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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nie Sep 01. 2021

개인 작업실 구하기

작은 오피스텔에 마련한 나의 공방

이미 자취를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부동산에 한 번쯤은 들러보시지 않았을까? 모든 게 처음이었던 나는 부동산을 방문하는 것조차 너무 겁이 났다. 부동산 사기로 얼마를 날렸다던가, 이상한 집을 소개해 준다던가 하는 소문들로 무성한 이곳을 방문해야 하다니. 저 멀리 보이는 간판에서부터 심장이 쿵쾅거렸다.


성격상 방문하기 이전에 주변에 어떤 곳이 있는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 알고 가야 마음이 편했다. 네이버 지도와 부동산 앱을 매일같이 찾아보면서 상가, 빌라, 오피스텔 등 다양한 매물을 봤다. 내겐 선택권이 별로 없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작업실은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눠졌다. 

오피스텔과 상가. 



상가

물론 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상가를 선택하는 편이 손님을 부르기에도 좋고 홍보에도 이점이 많다. 교통을 약간 포기한다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적당한 월세를 기대해볼 만한 가게들도 꽤 있었다. 다만 시설을 전부 넘기는 경우가 있어서 권리금이 있거나 인테리어를 손봐야 하는 곳도 있다. 상가도 여러 군데 알아보고 구경하러 다녔는데, 욕심나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예산 초과라 부동산은 안 가고 지도에서 찾아보고 멀리서 구경했다!)


공방이라는 업종을 정하기 이전에는 동생과 꽃집을 같이 운영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에 주로 꽃집을 보러 다녔다. 약간의 팁이라면, 꽃집은 타업종에 비해 권리금이 굉장히 낮았고 작은 가게가 많아 임대료도 적당했다. 그래서 꽃집을 인수해 공방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당장에는 욕심이었다.


상가의 단점이라면 사생활 보호가 잘되지 않고, 화장실의 환경이 열악한 곳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 손님이 많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화장실을 찾게 될 텐데 화장실에 가는 길이 무섭거나 더러우면 기분이 나쁠 것이라 생각했다. 



오피스텔

결국 내 예산과 상황에는 오피스텔에 작업실을 두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손님이 방문하지 않는 개인작업실을 원한다면 빌라를 구하는 것도 괜찮다.(관리비가 싸다!) 오피스텔은 대부분 풀옵션이 많아 간단한 음식을 해먹거나 붙박이장을 이용할 수 있고 화장실도 깨끗한 편이다. 내가 구한 작업실은 9층이었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와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좋았다.


오피스텔에도 큰 단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간판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1층에서는 내 공방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방문해 주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이 공간이 조금 무서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나에게도 있었다. 방문하는 분들이 어떤 사람일지 모르니 나도 무서웠다!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여성 수강생분들만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남녀 차별 아니에요ㅠ_ㅠ)


오피스텔을 구하기로 마음을 먹고, 봐두었던 동네 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부동산에 들렀다. 하루 만에 4-5개의 집을 봤다. 역에서 너무 멀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을 둘러봤는데, 보면 볼수록 내가 원하는 조건이 하나씩 늘었다.


1. 역에서 가까울 것

2. 창밖에 유흥업소가 많지 않을 것

3. 오시는 길이 골목이 아니어서 무섭지 않을 것

4. 주차가 가능할 것


어떤 오피스텔은 깨끗하고 주변 환경이 좋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해가 지는 시간에 방문했는데, 창밖에 유흥업소와 술집이 너무 많아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공간으로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어떤 곳은 화장실 타일이 좀 깨져있는 곳도 있었는데, 이 정도는 흠도 아니라며 고쳐주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있을 때 즈음, 좋은 공간을 만났다.

큰 대로변에 있었고, 무엇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단점이라면 북향이라는 것. 부동산 아주머니도 너무 친절하셨고, 집주인도 괜찮은 분이신데 내가 공간을 깨끗이 쓸 것 같아서 소개해 주는 거라고 하셨다.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 관리비는 기본 8만 원 정도에 추가금이 붙는다고 하셨다. (한겨울에 보일러 켰다가 22만 원 나왔다.... 하하.)


* 오피스텔은 보통 소개해 준 부동산에서 관리를 맡아주는 경우가 많았다. 보일러나 에어컨이 고장이라 말썽일 때 부동산에 이야기하면 바로 해결해 주셨다. 집주인과 연락해 조율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메리트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자마자 계약을 했다. 창밖으로는 한 블록 떨어진 작은 공원이 보였다. 봄에는 연둣빛의 나무를 볼 수 있고, 여름에는 푸르른 나무, 가을에는 색동옷을 입은 나무와 겨울에는 새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실평수 5-6평 남짓한 공간에 책상 두 개를 맞붙여 놓고 내 공간을 채워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장점이 가득한 곳이었다. 수납은 물론이고 마루가 깔린 바닥, 북향이라 해는 많이 들지 않았지만 오히려 작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햇살이 눈부시지 않고 좋았다. 


공방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미션인 공간 구하기는 약 한 달 만에 끝났다. 계약 기간인 2년 동안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기만 하면 됐다. 






이메일 slonie@naver.com

인스타그램 @workroom921 / @by_sl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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