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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그림작가에서 미술선생님이 되기까지.

by slonie



자유로이 그림을 그리며 살던 제가 어느새 엄마가 되었어요.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제게 열 달 동안 품어낸 이 생명은 너무나 경이로웠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가 세상에 나타났지요. 동시에 육아전선에 뛰어들며,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 과정에서 확고하게 들었던 생각 한 가지가 있었답니다.



"절대 미술은 가르치지 않을 거야."



그림작가로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자연스레 마음속 다짐이 생겼던 것 같아요. 내 아이가 나와는 다른 길을 걷고 더 넓고 큰 꿈을 꾸기를 바랐던 마음이요. 그래서 아이 앞에서는 그림도 안 그리고(책만 읽고^^), 바른생활 부모의 정석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너무 달랐답니다. 아이는 종이 앞에서 나만의 작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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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친 적이 없는데도, 우리 아이는 색연필을 좋아하고 끄적이기를 즐겼어요. 돌 무렵부터 색연필을 쥐기 시작하더니,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답니다. 종이를 한 장 주면, 한가득 동그라미를 그려 넣었어요.



이때부터 엄마의 고민이 시작되었답니다.

"미술을 가르쳐야 하나?"



하지만 문득, '미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놀이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함께 들었어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아동미술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답니다. (결국 내 아이를 위해 미술학원을 직접 운영하게 되었지요. 하하.)



아동미술은 그냥 만들기 하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는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실제로 필드에서 대학생 선생님들이 아르바이트로 도안 하나 갖다 두고 가르치는 미술학원이 상당히 많답니다. 제가 느낀 아동미술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끝이 안 보이는 분야였어요. 창의력을 요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는 분야인 데다가 아동의 발달을 알아야 맞춤지도가 가능한 분야였어요.



어떤 아이들은 색연필을 쥐지 못하고, 어떤 아이들은 촉감에 예민하기도 해요. 아이들마다의 걱정과 해결과제가 다르기에 더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저는 미술이라는 재미있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도 열고, 새로운 세상을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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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18개월 / 오른쪽 42개월)



유아 시기의 아이들은 대부분 낯가림이 매우 심해요. 타기관을 이용하고 싶어도, 문화센터 역시 위드맘 수업이 일반적이고 방문미술을 할 때에도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하지요. 결국, 미술놀이는 엄마와 함께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왕 하는 거라면, 미술놀이를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하면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유아기부터 엄마와 미술놀이를 하면 뭐가 좋을까요?


- 즐거운 경험과 함께 부모님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어요.

- 미술놀이를 통해 색, 형태, 크기 등을 인식하며, 인지발달 향상에 도움이 된답니다.

-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할 수 있어요.

- 붓, 연필, 색연필 등을 사용하면서 손의 소근육을 발달시키며, 나중에 글쓰기와 같은 정교한 능력에 도움을 줍니다.

- 언어와 표현력이 부족한 아동에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외부로 표현하며, 정서적 안정에 영향을 받아요.



공부를 거듭할수록 우리 아이에게 미술놀이를 꼭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미래의 직업은 뒤로하고, 미술을 통해 정서와 소근육 발달, 그림책과 다른 교과와의 연계와 함께 정말 많은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답니다.



갓난쟁이 아이가 어느덧 4살이 되고, 이제는 스스로 미술재료를 꺼내 들고 종이 접기와 그림 그리기를 즐겨요. 그리기가 자유로운 아이에게는 한글공부는 그림공부와도 같아 주도적인 학습이 훨씬 수월하답니다. 얼마 전에는 동네 미술대회에서 상도 받아왔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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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창의융합 수업일까요?


창의융합미술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과 미술을 연결한다는 의미예요. 아이가 좋아하는 미술활동을 통해 그림책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과학과 수학적 지식을 배우는 시간을 가질 거랍니다.

이는 아이가 관찰하는 능력을 키우고 사고를 확장하게 하며, 이야기 상상력 등을 동시에 경험시켜 주는 역할을 해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표현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계속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재능을 키우는 것을 넘어 다른 학문과 연결해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예요.


예를 들면, 미술 시간을 시작할 때 그림책을 읽으며 "왜 이 동물을 이렇게 만들까?"라는 질문을 던져,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그림책을 읽고 책에서 나온 도형들을 이용해 동물을 만들며 도형개념과 규칙성을 이해해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크기와 비례, 색상을 인지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합니다.




이 미술수업은 3세에서 7세 아이들에게 특히 유용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다양한 재료로 또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은, 아이들만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답니다.




그동안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쌓아온 창의융합미술 수업의 경험을 글로 풀어보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엄마 선생님이 되어 눈인사를 건네고, 오롯이 우리 아이를 위한 미술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이 세상 모든 아이가 새로운 시도를 즐기고,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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