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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와의 미술수업 준비하기

아동미술 활동에서는 어떤 준비물이 필요할까요?

by slonie



우리 아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미술놀이, 준비되셨나요?

우리는 앞으로 그림책을 통해 과학, 사회, 수학, 인성까지 두루 아우르는 창의융합미술 수업을 진행하게 될 거예요. 미술 활동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쑥쑥 성장해 나가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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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약 27개월)



하지만 그전에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요. 바로 우리 아이의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는 놀이와 활동을 이해하는 거랍니다. 유아 시기의 아이들은 몇 개월 차이로도 발달 속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각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방법으로 미술활동을 돕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아이들마다 성향이 달라서 어떤 아이는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몰두하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는 계속 움직이고 싶어 하기도 해요. 그래서 아이들 교육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들께서도 이 부분을 힘들어하시곤 해요.


그러니 먼저, 우리 아이의 연령과 성향을 차분히 살펴보세요. 미술놀이의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될 거예요.




24개월 미만

24개월 미만 아이들은 집중하는 시간이 아주 짧아요. 한 가지 놀이에 푹 빠지면 길게는 30분 정도 집중하기도 하지만, 관심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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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는 촉감놀이가 중심이에요. 구강기의 아이들도 많아 입 안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국수, 미역, 전분가루처럼 안전한 음식 재료로 촉감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문화센터에서도 개월 수에 맞춘 촉감놀이 수업이 마련되어 있는데, 집에서도 엄마가 간단히 준비해 주시면 충분히 즐겁게 할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궁금한 마음으로 문화센터를 다녔지만, 어느 순간 아이에게 옷 입히고 사진 찍는 시간이 더 많다는 걸 느끼고 그만두고 집에서 직접 놀이를 시작했어요. 그때 오히려 아이와의 시간이 훨씬 더 편안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답니다.


음식 식재료에 익숙해지고, 구강기가 지나면서 스탬프 찍기가 가능해져요. 도트물감은 간단히 사용하기도 좋아서 아이들에게 많이 추천해요. 스탬프를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감을 온몸에 묻히기 시작한답니다. 이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활동이고,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세요. 지금 이런 탐색을 하지 않으면 5살이나 6살, 심지어 7살이 되어서도 해보려고 시도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24개월~36개월 미만

아이가 자라 24개월~36개월이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지고, 손에도 힘이 생기기 시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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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세상의 모든 재료들을 본격적으로 만나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어요. 빠른 친구들은 감자모양의 사람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색칠을 꼼꼼히 하며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미술 수업, 너무 이른 거 아닐까?'하고 걱정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도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에 대한 애정과 뿌듯함은 언니들 못지않아요. 실제로 24개월 이상 유아반에서 생각보다 훨씬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답니다.


이 시기부터 많은 재료들을 만나면 36개월이 지났을 때, 미술놀이에서 표현할 수 있는 힘이 훨씬 더 커져요. 그래서 이때의 작은 경험들이 나중에 큰 그림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어요.





36개월 이상~

우리 아이들이 더 수월하게 가위질을 하고, 의도대로 선을 그리는 시기가 되었어요! 이전까지는 단순하게 가벼운 놀이와 탐색하는 놀이 위주의 미술이었다면, 이때부터는 도입-전개-결과물까지 순차적으로 미술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답니다. (물론 이전에 미술 경험이 전혀 없다면 재료 탐색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이 시기에는 자기주장이 뚜렷해지고 언어로 소통도 조금씩 가능해져서, 규칙과 자유로움 안에서 미술놀이를 즐길 수 있어요. 활동 범위가 넓어져 청소를 힘들어하시는 부모님들도 계신데요. 책상을 벗어나지 않기로 약속하고 짧은 시간부터 차근차근 적응해 나가면, 어느새 아이가 미술놀이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보실 거예요.





6살~7살

표현력과 인성, 자존감이 자라나는 황금 시기예요. 또, 사교육으로 미술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아지는 나이이기도 하지요. 만약 지금까지 손을 많이 쓰는 활동을 해오지 않았다면, 이 시기에는 꼭 미술놀이를 시작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글씨도 많이 쓰고,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지기 때문에 소근육 발달은 앞으로도 계속 기본이 되어 줍니다.


이 나이의 아이들과는 그림책을 매개로 한 미술활동이 특히 좋아요. 그림책 속에도 이야기의 전개가 있듯이, 수업에도 순서가 있어요. 이런 흐름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수학문제를 풀거나 책을 읽을 때도 문해력이 훨씬 자라난답니다.






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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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놀이에는 정말 다양한 재료들이 있어요. 처음부터 모든 걸 한꺼번에 구매하려고 하면 '굳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책상 앞에서 재미있게 놀며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그 순간만큼은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답니다.


저는 집에서 사용하는 재료이다 보니, 너무 쉽게 오염되거나 관리가 힘든 것들은 가급적 피하려고 노력해요. 대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사인펜은 아낌없이 꺼내주는 편이랍니다.




이 재료들은 자주 사용해요!

색연필, 사인펜, 색종이, 가위, 풀, 테이프(디스펜서), 물감, 붓


* 색연필은 지구화학 제품을 선호하고, 사인펜은 모나미 워셔블 마카를 추천드려요. 모나미 워셔블 마카는 수성이라 책상에 묻어도 잘 지워지고, 옷에 묻어도 깨끗하게 세탁돼서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비즈와 풍선, 폼폼이 등 수많은 꾸미기 재료들도 많아요. 인터넷에서 대량으로 구매해도 금방 다 쓰지 못하기 때문에, 저는 다이소에 갈 때마다 예쁜 재료들을 조금씩 사두는 편이랍니다.

제가 제안해 드리는 놀이에 꼭 필요한 재료가 없더라도 괜찮아요. 똑같은 걸 고집하지 마시고, 집에 있는 재료로 응용해 보세요.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터뜨리곤 한답니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미술놀이

제가 수업 때마다 그림책을 함께 소개해드려요.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는 데에 그림책만큼 좋은 도구가 없거든요. 제가 소개하는 그림책으로 수업을 이어가시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 구하기 어렵다면 집에 있는 책들 중 비슷한 주제를 사진 책을 골라 읽어주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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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엄마가 지켜주셔야 할 규칙이 있어요.


1. 아이가 잘 못한다고 대신 만들어주지 않아요.

2. 엄마 손이 조금 더려워져도 돼요.

3. 아이와 함께 그리고, 만들며 놀이에 참여해요.

4. 무엇을 그리거나 만들어도 되는 자유로운 시간이에요.

5. 만드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세요.




미술선생님을 대신해 아이와 활동을 한다는 건, 아이의 성향에 따라 생각보다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어요. 준비부터 화내지 않고 활동하고, 청소까지 모두 해야 하니까요. 보통 이런 이유로 미술학원을 찾으시는 부모님들이 많으세요.


그런데 제가 미술수업을 진행해 보니, 아이들이 한 시간 동안 들려주는 이야기와 표현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매번 놀라게 돼요. 새로운 재료를 마주했을 때의 설렘, 그림책을 보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예쁜 표정, 못하던걸 해냈을 때의 뿌듯함... 기록으로 남겨야 할 멋진 순간들이요. 이런 모습들을 잘 정리해서 부모님들께 알림장으로 보내드리곤 했는데요. 이걸 직접 보고 싶지 않으세요?


저는 이런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어서, 제 아이와의 미술놀이에는 항상 진심을 두 배 더 담아 수업해요. 아이들이 엄마에게 예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엄마 선생님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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