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의 나는 카페를 했고, 그 동네 한의원을 드나들었다.
늘 왼쪽 발목이 문제였다. 자주 다쳤고, 자주 침을 맞았다.
첫날, 문진 끝에 한의원 아저씨가 뜬금없이 물었다.
“혹시 조, 중, 동 보느냐?”
“아니요.”
“그래, 그런 거 안 봐야 한다. 그럼 됐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상한 아저씨네.
침을 맞으러 왔는데, 마지막 확인이 신문 구독 성향이라니.
하지만 그 아저씨는 이상한 방식으로 사람을 읽는 사람이었다.
몸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기운과 방향까지 보는 듯했다.
어느 날 아저씨는 내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카페를 한다고 하자 한참 내 몸을 보더니 말했다.
“너는 직업을 바꾸면 돈도 벌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진맥을 보고 침을 놓아본 아저씨는 내가 원체 에너지가 많은 체질은 아니라고 했다.
운동도 함부로 하면 안 되고, 무리하면 금세 몸이 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맞는 운동은 수영과 요가뿐이라고 했다.
나머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마치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요가 해. 건강도 지키고, 나중엔 그게 돈도 될 거야.”
나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그 시절의 나는 요가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인도도, 산도, 그런 종류의 맑고 깊은 세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도 아저씨는 나를 볼 때마다 물었다.
“요가 시작했어?”
“아니요.”
“아, 한번 해보라니까. 네 몸은 서 있기만 해도 기본은 먹고 들어가는데. 아깝네.”
이상하게도 그 말은 오래 남았다.
비웃지도 못하고, 믿지도 못한 채 마음 한쪽에 걸려 있었다.
이후 나는 카페를 접고 직장생활을 했다.
그리고 세상에는 요가 붐이 왔다.
옥주현의 요가 비디오가 나오고, 원정혜 선생님이 대중의 몸을 깨우던 시절.
나는 뒤늦게 생각했다.
아, 그 아저씨 말이 맞았다. 내가 놓친 첫번째 표지 였다.
한의원 아저씨는 내 인생에 가장 먼저 요가,영성,히말라야라는 말을 건넨 사람이었다.
나는 그 말을 귓등으로 들었지만, 어떤 말들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다.
때가 되면 다시 돌아와, 나를 그곳에 데려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