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말고 불교입문

by 릴리앤릴라

직장을 다니던 시절, 나는 영어 공부를 했다.
그 영어 선생님은 명상을 공부하는 분이셨다.

그래서 영어 수업이 끝나면 가끔 짧은 문장으로 된 불교방송 영어 자료를 함께 보곤 했다.
그때 처음 듣게 된 이름이 숭산스님이었다.
선생님은 숭산스님 이야기를 자주 하셨고, 나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찾아보니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스님이었다.

숭산스님 책을 보며 나는 처음으로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청안 스님도 알게 되었고, 관련 책들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내가 선생님 덕분에 숭산스님과 청안 스님을 알게 되었고, 불교 책까지 읽게 되었다고 말했더니 마지막 수업 날 선생님이 책 한 권을 선물해주셨다.
본인이 읽어보니 이분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신 분 같다고 했다.
아직 직접 뵌 적은 없지만, 한번 뵙고 싶을 만큼 책의 내용이 깊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선물받은 책이 바로 《마음 놓고 쉬는 도리》이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몇 장을 넘기기도 쉽지 않았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덮고 생각했다.
아직 내게는 이 책을 읽을 만한 근기가 없나 보다. 다음에 다시 읽자.

그렇게 두 번, 세 번 다시 도전했지만 끝내 읽어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영어는 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만남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영어 선생님 덕분에 나는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불교 서적을 읽는 사람이 되었다.

영어를 배우러 갔다가, 불교 입문이라니..

그리고 선물 받은 저 책 한권에 깃든 우주적 소환의 시작이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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