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코인 체인지
바르셀로나에서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고 난 후 이탈리아로 넘어가게 되었다. 여행의 중반! 행복감의 정점을 찍은 후 기대했었던 이탈리아의 베니스, 피렌체의 풍경을 보게 되었다. 배가 불렀는지 런던 처음 도착했을 때의 마음과 다르게 조금은 시큰둥했다. 분명 한국 돌아가면 시큰둥했던 이곳의 풍경들이 그리울 텐데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여행의 중반을 지나면 그 풍경이 그 풍경처럼 보인다라는 글이 많던데, 나에게도 그러한 느낌이 찾아왔다. 문화권을 바꾸지 않는 한 유럽의 풍경은 어딜 가나 예쁘고 비슷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유럽여행을 갈 때 동서양이 조화로운 터키를 꼭 넣는다고 했는데, 나도 여행 일정에 터키를 넣을걸.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 하며 미뤘는데 여행이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면 미루지 말고 다 다녀올걸.) 피렌체에서는 장맛비처럼 내리는 비를 맞으며 돌아다녔다. 다른 사람들은 낭만의 피렌체라고 말하는 곳이 나에게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도시였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났지만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그립기만 했다. 드디어 소매치기가 정말 많다던 로마로 넘어오게 되었다. 로마에 도착하는 날 유심이 잘 안 읽혀 숙소 가는 길을 헤맸는데,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사람들이 로마에 소매치기 많다며 겁을 하도 줘서 캐리어를 꼭 붙들고, 작은 두 눈으로 엄청 노려보고 있었다. '소매치기 내 몸에 손대기만 해봐라!' 마음은 떨고 있지만 눈빛은 매섭게! 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유심 인식이 겨우 되고 GPS를 켜고 찾아가는데 계속 위치를 잘 못 잡아 1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겨우 찾을 수 있었던 숙소는 한인민박이었는데, 이렇게 구석진데 있는 숙소였다면 차라리 위치 좋은 호텔을 예약할걸! 너무 힘들었다. 역시 한국은 아이티 선진국이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까지 헤맨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세비야에서도 GPS를 못 잡아 숙소 찾아가는 길이 엄청 고생스러웠는데, 하필 소매치기가 많다던 로마에 도착해서 이렇게 헤매게 되니 너무 당황스러운 거 있지.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소매치기로 보이더라. 그래도 미아가 되지 않고 숙소에 잘 찾아들어가서 다행이다. 한숨을 돌리고 나온 로마는 뭔가 허름한 골목들이 많았다. 잘못 걸렸다가는 삥 뜯기고 다구리 당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맛집이라고 알려진 곳의 젤라또는 아직도 인생 젤라또로 남아있다. 하루에 3번 이상은 젤라또 집을 찾아가 3 스쿱 이상을 먹었었다. 마치 로마에 젤라또 먹으러 여행 온 사람 마냥 미친 듯이 먹었다.
드디어 가장 기대했던 이탈리아 남부 여행을 하는 날. 여자들이 그리 좋아한다던 그곳에 나도 온 것이다. 사진만큼 눈으로 본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그림 같은 풍경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바다 덕후인지라 바다 풍경이 예쁜 곳에 가면 사진을 엄청 많이 찍는데 이날 아마 사진 몇천 장은 찍었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본 바다 중 단연코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살이 타도 좋으니 예쁜 풍경을 내어다오.' 사실 남부 투어 가는 버스 안에서 앞이 안보 일 정도의 안개를 만났는데 이렇게 예쁜 풍경을 보여줄라고 나타난 안개 같았다. 이날 비 왔으면 엄청 아쉬워할 뻔했는데, 다행히 하늘이 길을 열어주셨다. "감사합니다." 현실감 없는 풍경이었다. 다음에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이탈리아 남부 바다를 소중한 사람들과 다시 보러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겠지? 지독하게 심한 배멀미로 인해 난간에 매달려 서 있어야 했지만, 눈앞에 스쳐 지나가는 찬라의 순간들을 붙잡기 위해 셔터를 계속 눌러 댔다. 풍경이 아름다울수록 두 눈이 아닌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어서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붙잡는다고 붙잡히는 풍경이 아닌데도 나의 작은 카메라에 모두 담아가고 싶었다. 저 멀리 내가 꿈꿔왔던 아말피가 멀어지고 있었다. 배는 생각보다 빠르게 나를 현실 세상으로 데려갔다. 순간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었다. 계속 꿈만 꾸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