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내 인생도 불꽃놀이처럼 반짝거렸으면 좋겠어.

투 코인 체인지

by 위드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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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불꽃놀이가 있던 날이다. 세비야 숙소에서 만났던 동생과 함께 돌아다녔다. 불꽃놀이 시작 전까지 바르셀로나 네타 해변도 가고, 바르셀로나의 전망을 볼 수 있는 몬주익 성에도 올라갔다. 네타 해변에 갔을 때 노부부가 어찌나 다정하던지 나도 늙으면 다정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예쁜 순간이었다. 이날은 몬주익 성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는데, 행운의 연속인 것만 같았다. 몬주익성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들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현실감 없는 편안함이었다. 한국에서 대학교 졸업하고 회사를 그만두기까지 너무 바쁘게 살았었다. 사회생활은 대학교 때 꿈꾸던 미래와는 너무 달랐고 사회생활을 10년도 채우지 못했는데 직장생활에 너무 빨리 질려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한 시간을 가져본 게 언제쩍이던가. 현실감 없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만 살고 싶어 졌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현실을 살아가야 하지만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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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불꽃놀이 시간이 다가왔다. 우리는 불꽃놀이를 좋은 자리에서 봐야 한다며 몬주익성에서 서둘러 내려갔지만 이미 좋은 자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좋은 자리는 없지만 그래도 잘 보이는 자리를 찾겠다며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앞으로 향했다. 불꽃놀이는 적당한 높이에서 봐야 제맛인데 겨우 찾은 자리는 맨 앞자리.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우리 바로 앞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줄담배를 피워대는 너구리 가족이었다. 평소에 담배와 거리가 먼지라 불꽃놀이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숨 막혀 죽을뻔했다. 고문이 따로 없었다. 너구리 가족 때문에 짜증이 나있었는데 순간 하늘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붉은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와!" 입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오는데, 반짝거리며 예쁜 빛을 발하는 불꽃들이 하늘을 뒤덮는 순간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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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혼자 길게 떠나온 유럽여행이 겁도 났지만 이날을 위해 떠나온 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여행을 하고 있구나!'라고 실감나게 해 준 날. 기억이 있는 날 중에 가장 가까이서 예쁜 불꽃을 처음 보는 날. 바르셀로나가 사랑스러워지던 날. 불꽃놀이 후 수많은 인파를 뚫고 숙소까지 달려서 가야 했지만 그 모든 것들을 아드레날린으로 만들어주던 즐거웠던 날. 나의 젊은 날이 이 불꽃놀이처럼 반짝거렸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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