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 다시 만난 사람들, 추억 속에서 계속 안녕히

투 코인 체인지

by 위드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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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웠던 세비야로부터 해방이다. 그새 세비야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헤어지고 또 혼자가 되어 이리저리 마실 다니듯 바르셀로나를 거닐었다. 나의 여행 스타일은 산보 스타일인가 보다. 바르셀로나 중심지에서 네타까지 걸어보았다. 유럽은 여기저기서 비눗방울을 불어댄다. 비눗방울과 행복하게 뛰어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아직까지 선명하다. 바르셀로나가 가우디의 도시라던데, 평소 여행지에 대해 공부하기를 귀찮아하는 나에게는 역시 빈자리를 채워줄 친구가 필요했다. 여행 쪼랩에게 친구 없는 여행은 팥 없는 팥빵 같았다. 드디어 바르셀로나에서 리스본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날이 돌아왔다. 하필 그날은 가우디 투어도 하는 날이었다. 자유 여행이 아쉬운 사람들에게 설명까지 들을 수 있는 투어 상품은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다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며 가우디 투어는 꼭 하라고 추천해주었는데 역시나 현명한 선택이었다. 가이드가 대신 설명해주게 좋았고, 혼자 헤매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몰려다니는 게 생각보다 편했다. 가이드는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는 가우디의 액기스를 하루라는 짧은 투어를 통해 전달해 주었다. 마치 족집게 과외를 받는 느낌이랄까! 그곳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과도 정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만남은 언제나 흥겹구나!' 아마 투어상품 중간에 껴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없는 식사를 함께하면서 급격히 사이가 돈독해져 버렸다. 그 레스토랑 정말 맛이 없었거든. 투어의 마지막 시간 이날의 클라이막스인 가우디의 미완성 성당을 보러 가게 되었다. 사실 건축물을 보고 감동받는 스타일이 아닌데, 가우디의 미완성 작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유럽의 다른 성당들과는 달랐다. 그날 처음으로 건축물을 보고 감동받았다. 가우디 성당은 마치 숲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고, 성당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언젠가는 완성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기대하며 그날에 다시 바르셀로나를 여행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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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감동을 뒤로 한채 만나고 싶었던 리스본의 인연들을 보러 갈 시간이 되었다. 약속 장소인 보케 시장으로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저 멀리 내가 아는 두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언니와 현민이다. 일주일 만에 보는 얼굴인데도 반가웠다. 우리는 보케시장 해물이 맛있다는 가게에서 저녁을 먹었다. 양이 부족했는지 축제 분위기인 바르셀로나를 이곳저곳 구경하며 군것질거리를 자꾸 사 먹었다. 축제라 흥과 취기가 올라 있던 바르셀로나 사람들 사이에 껴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날은 뭐가 좋았는지 9시만 되면 졸린 사람이 11시가 넘도록 신이 났었다. 그날이 축제날이어서, 그곳의 분위기가 하필 흥겨워서 그 시간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좋아서 모든 기억이 행복했다고 기록된 날이었다. 취기 오른 외국사람이 소리치며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그때 현민이가 팔을 끌어당겼는데 순간 현민이의 동그레진 눈동자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 눈빛에 살짝 설레고 말았다. 설레는 마음이 현민이 때문인지 우리를 놀라게 했던 사람 때문인 건지. 그날이 하필 흥겨운 축제의 밤이라 나조차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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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던 시간을 뒤로 한채 헤어져야 할 시간. 헤어지려 하던 눈동자가 아쉬웠던 밤. 다시 만날 수 있겠지라며 쉽게 안녕이라 말을 건넨 밤.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이 되었다.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우리를 기다리는 건 다시 현실이니까. 현실에서의 만남은 꿈으로 가득 차 있지 않기에 우리는 그렇게 추억 속에서 계속 안녕히.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 아주 달콤했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