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요정이 산다던 플리트비채에 결국 도착했다.

투 코인 체인지

by 위드미니


20201208141117.jpg

여행 가기 전에 꼭 가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포르투갈 리스본, 이탈리아 남부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채. 유럽여행의 3대 대표 여행지 이탈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건너간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의 남쪽에 위치해 바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두브로브니크를 지나 드디어 마지막으로 가장 가보고 싶었던 요정이 산다는 플리트비채에 도착했다. 과연 요정이 살고 있을까? 10월 초 동부 유럽의 우기로 인해 그 전날까지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내렸다. 집순이를 못하는 지라 전날 숙소에만 있었더니 몸이 찌뿌둥했다. 다행히 이날은 그나마 비가 그쳐서 플리트비채를 보러 갈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묵는다는 무키네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묵게 되었는데 거기서 만난 한국 분들과 함께 그 요정의 숲으로 향했다.


20201208141232.jpg


아침부터 플리트비채는 안개가 자욱했다. '오늘도 요정님은 못 만나는구나!' 싶었는데 오후가 되니 차차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의 날씨는 나를 이탈리아 남부보다 더 많은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지인이 그랬다. 플리트비채의 풍경은 여름이 절정이라고, 푸르름이 물씬 느껴지는 여름이야 말로, 플리트비채의 아름다움을 완연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계절이라며, 여름이 아닌 가을에 플리트비채에 가게 된 나에게 아쉬움을 표했었다. 그래도 플리트비채의 맑아진 얼굴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비록 푸르름이 지나고 가을 감성을 머금고 있는 플리트비채였지만 이번 여행의 목표는 다 이뤘다. 미친 듯이 내렸던 어제의 날씨로 인해 물이 불어나 신발은 다 젖었지만 진짜 사진으로 다 담아 가고 싶을 만큼 예쁜 풍경을 얻었다.


20201208141201.jpg


맑은 플리트비채를 보았으니 그깟 신발쯤 젖어도 상관없었다. 날이 흐리면 요정의 숲이 요괴의 숲으로 변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행이다. 오늘은 요정님이 계셔서! 눈으로 보는 만큼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해 아쉬웠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현존하는 카메라 중 좋은 녀석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에는 다시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여행해야지. 하지만 이 또한 괜한 욕심이다. 무거우면 들고 다니지 않을 거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왠지 나의 똑딱이가 아쉬워졌다. 무키네 마을 할머니가 말한 것처럼 나는 럭키걸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럭키는 맑은 날씨에 다 써버리고 말았다.


20201208141806.jpg


풍경이 좋아 더 구경한다며 일행과 헤어지고, 플리트비채의 풍경을 미친 듯이 담았다. 요정이 나를 홀린 것이 분명하다. '이제 되었다.' 싶어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이때 나는 다시 빙구가 되었다. 무키네 마을에서 플리트비채로 향하던 지름길이 있었는데, 그 입구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큰 길인 차도를 따라 무키네 마을로 향했다. 원래의 길을 찾다가는 숲 속에서 해가 져버릴 것만 같았다. 어두운 숲 속에서 곰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저 멀리 유럽 땅까지 날아와 곰 밥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걸어 걸어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할머니는 볼이 빨개진 나에게 소시지랑 팬케이크를 내어 주셨다. 영어도 못하지 볼은 빨개져 있지 할머니가 걱정하신 것 같다. 풍경은 좋았지만 집 가는 길은 잃어버려 생고생을 한날이 되었다. 역시 인생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구나. 날씨를 얻고 집 가는 길을 잃어버린 날. 이날의 교훈은 적당할 때 집으로 돌아가자!


2020120814173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