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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드미니 May 13. 2021

4-13 투 코인 체인지

투 코인 체인지

 

 

 스위스는 쉽게 나에게 맑은 날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빙구짓도 참 많이 했다. 뭔가 노련하게 여행하고 싶었는데 선진국일수록 자꾸 실수하게 된다. 바젤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날. 오전 11시 넘어 도착한다고 숙소에 연락하니 그 시간에는 짐을 맡아 줄 수 없다고 한다. 이날의 날씨는 여기서부터 꼬였는지도 모른다. 할 수 없이 인터라켄 역에 있는 코인락커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7프랑인 줄 알고 코인락커에 동전을 넣는데 동전을 더 넣으란다. 분명 7프랑을 넣었는데 기계는 6프랑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와 등골이 싸하다. 스위스 코인라커의 악몽이 시작되었다. 지폐만 잔뜩 가지고 있어서 지폐를 다시 동전으로 바꿔야 했다. 일행이 있었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텐데 아무튼 일행이 없는 난 코인라커에 집어넣은 동전을 되돌려 받으려고 라커의 버튼을 돌렸다. 아! 근데 이 녀석이 내 6프랑을 먹고 말았다. 선진국이라더니 환불이 안 되는 코인라커를 보면서 '한국보다 선진국이 맞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그 코인락커를 부셔버리고 싶었다. 말이 안 되니 환불받을 자신이 없어서 그냥 남은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기 위해 매표소 앞에 줄을 섰다. 겨우 기다려 지폐를 코인으로 바꿔왔다. 10프랑을 넣은 것 같은데 2프랑이 부족하단다. 뭔가 내 동전을 기계 녀석이 먹은 것 같았다. 융프라우 올라가려면 이제 들어오는 열차를 타야 하는데 맘이 급해졌다. 그때 역무원에게 가서 기계가 내 동전 먹었다고 따졌어야 했는데 융프라우 올라갈 생각에 맘이 급해 따질 생각도 못 했다. 사실 그렇게 조급하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급하게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실수는 안 했을 텐데 다 추억이라고 생각해야지.


 그때 내 눈에 들어온 외국인 할아버지! 아까부터 나의 빙구 짓을 보고 계셨던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죄송하지만 "익스큐즈미! 플리즈 코인 체인지 락커....... 투 코인! “, “투 코인 체인지!” 나도 뭐라 한지 모르겠다. 아무튼 동전이 필요하다며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가 지갑을 여시 더니 동전으로 바꿔주신다. 근데 난 1프랑짜리 동전이 필요한데 5프랑짜리 동전밖에 없으셨다. 할아버지의 1프랑짜리 동전 3개가 날 참 고민스럽게 만들었다. 할아버지도 내 마음을 알았는지 둘이서 한참 동안 동전을 응시하고 있었다. 5프랑을 주고 3프랑을 가져야 하는가....... 그러기에는 나는 기계에게 삥을 너무도 많이 뜯겨 그렇게 할 여유가 없었다. 고민하고 있을 때 저 멀리 또 다른 외국인이 보였다. 할아버지가 바꿔주신 5프랑짜리 동전을 그들에게  보여 주면서 “코인 체인지 플리즈!” 코인락커를 가리키며, 말도 안 되는 영어로 부탁해본다. 말은 안 통하지만 대충 알아 들었나 보다. 그들이 바꿔준 동전으로 마지막 퍼즐 맞추듯이 코인라커의 문을 그제야 잠글 수 있었다. 그리고는 융프라우로 가는 기차를 향해 달려갔다.


 

  마음은 급하지만 너무 고마워서 "땡큐 베리 마취!"를 크게 외쳤다. 나는 쑥스러움 많은 사람이라 보통 “땡큐.”만 말하는데, 이번에는 그 뒤에 “베리 마취!”까지 말해보았다. 난 이 코인락커에 한 18프랑 쓴 것 같다. 융프라우 동네 깡패는 이 코인라커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나처럼 돈 먹힌 사람 몇몇을 그 후에 봤기 때문이다. 코인라커 때문에 여행의 경험치를 또 얻게 되었다. '그래 좋게 좋게 생각해야지 내가 외국에서 미아가 되지는 않았으니까!' 온갖 합리적인 이유를 되며 나를 위로했다. 그 후 숙소에서 만났던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는데 나처럼 코인라커에게 눈탱이를 맞았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말을 들으니 위로가 되었다. 나만 눈탱이를 맞은 게 아니라며...... 그리고 “할아버지 제가 삥 뜯은 게 아니에요. 고마웠어요. 할아버지!” 스위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상냥하시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투 코인 체인지!”를 이해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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