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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언니 Dec 21. 2022

돈때문에 일하지

이래저래 맞벌이가 아니고서는 버티기 힘든 고물가 시절이다. 아이가 없든, 아이가 어리던, 아이가 크던 녹록하지 않은 생계의 어려움이 여자들을 생활전선으로 밀어내고 있다.



나 역시 3개월 전부터 30년 일을 그만두고 쉬고 있는데, 당장 건보료, 국민연금, 각종 세금, 교육비 등 여러 부담이 나를 조여오는 듯한 불안감이 30년만의 안식을 평화롭지 못하게 하고 있다..



내 주변을 봐도 20대 초반 결혼과 임신을 계기로 일을 그만두고 아이 키우기에 전념해왔던 일명 “경단녀” 경력 단절 주부 친구들이 최근 속속들이 파트타임, ‘알바’라는 명목으로 일을 시작하고 있다. 주로 학원의 상담선생님이나 텔레마케팅 등의 일이다.



동일한 연령의 남자 평균 연봉의 반도 안되는 수당을 받고, 많은 인력은 비정규 직으로 경제활동에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경력 단절의 대가는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마케팅에서 일할 때, 조용히 자기 맡은 바 일을 깔끔히 처리하는 총명한 여자 후배 이대리가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일주일 정도 수술로 입원을 하였는데 회사의 소중함을 전에 없이 느꼈어요. 일주일간의 공백에도 내 월급은 21일에 입금되었다는 사실과, 적지 않은 병원비에 대한 회사 지원이 고마웠고, 또 퇴원해도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라 느껴져, 이제 회사를 진지하게 다니기로 했어요.”



일하는 여성의 자아 실현이라는 사치스러운 문구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생계로서 일의 중요함이 나를 30년동안 일하게 만들었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나 또한, 가족의 갑작스런 병마로 온 집안이 어수선한 시기에 역설적으로 직장이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 오롯이 일에 집중할 때, 나를 짓누르던 기 천 만원 단위의 병원 청구서와 가족이 곁을 영영 떠나실 지 모른다는 걱정을 잠시나마 잊은 듯했고, 어떠한 상황에도 사무실 안에서의 나는 변하지 않을 존재란 안도감이 나를 감싸 안았다.



그 이후 매순간 일에 더욱 집중하였고, 어떤 상황에서든 되도록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 안을 먼저 선택해 왔다.



우리의 아버지들도 그랬다. 퇴근 길 반주 후 돌아와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면서도, 아침에는 직장으로 향했다.



일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준다. 일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만 시험지를 받아 든 사람은 일의 나라에 있는 선택된 축복받은 사람인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일은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 그래서 일은 종교만큼 거룩하다.



 



출처 : 우먼스토리뉴스(http://www.woman-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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