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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언니 Jan 28. 2023

눈물의 값

일하면서 한번도 울지 않은 사람 없겠지만

입사 동기들과 30주년 기념 모임을 하면서 여러 추억들이 소환되었다.


그룹 입문 교육에 입사한 우리들에게는 몇 명의 지도 선배가 배정되었다.

대개 특채로 입사한 1년 선배 들이었는데, 1년의 회사 밥을 먹은 선배는 연수원 밖 회사에 가본 적 도 없는 우리에게는 대 선배로 보여졌다. 그중 유난히 당찬 여자 선배가 있었다. 계열사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에 근무중이던 지도 선배는 갓 신입 우리들에게 회사에서 절대로 값싼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다그쳤다.

일을 하면서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많이 본 탓에 그런 모습은 우리의 직장 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입문교육이 막바지로 다다른 어느 날 오후, 수업 종료 직전 갑자기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다. 문제 있는 행동으로 퇴소 조치가 불가피하다며, ‘김아무개’ ‘송 아무개’ ‘박 아무개’ …. 지도 선배가 비장한 목소리로 몇 명을 호명한다. 이름이 불리워진 동기들은 사시나무 떨 듯 단상으로 나아가는데, 한 달 동안 가까워 진 동기들의 소스라치는 모습을 보고 옆 사람들도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때 갑자기 불이 꺼지고 빵빠레가 울린다. 바로 연수원 전통의 깜짝 생일 파티였다. 불리워 진 생일자들은 눈물로 범벅된 얼굴로 생일 케익의 촛불을 꺼야 했다. 값싼 눈물을 흘리지 말라며 우리를 다그치던 선배가 이런 눈물의 이벤트를 직접 기획했다는 데서 불쾌감을 드러내는 몇몇 동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저 좋은 추억으로 이날을 기억하기로 했다.


누구에게 속아서 흘리던 이 ‘값싼 눈물’을 다시는 흘리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살면서 눈물을 참기는 쉽지 않았다.

사무실안에서 눈물을 흘려본 경험은 나를 포함해서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석별의 자리 일 수 도 있고, 억울함의 눈물일 수도 있고, 속상함의 눈물 일 수도 있었다. 대부분은 눈물을 들키기 싫어서 화장실로 후퇴하지만, 어떤 사람은 최후의 무기처럼 눈물을 공식적인 장소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처음으로 주무를 맡던 시절, 전배를 요청하는 후배가 있었다. 그녀가 전배 가고 싶어하는 부서장과 이야기를 하다가, 그동안 후배와의 갈등과 매니저로서의 나의 무능함 등등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물이 터져 버린 적이 있었다. 회사에서는 늘 씩씩한 모습, 명랑한 모습을 보여온 나였기에 상대 부서장님은 적잖이 당황하신 모습이었다. 어쨌거나 전배로 마무리가 되었으나 그 후로도 그 부서장님의 나를 짠하게 보시는 듯한 눈길에서 한번의 눈물이 나의 평소 이미지를 제대로 씻어 내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에 마흔이 넘어서는 절대로 눈물을 보이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눈물을 참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은 아예 피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쉬운 석별의 자리 라든가, 눈물보가 차오를 것 같은 상황을 피하지 못 할 경우에는 일부러 더 명랑한 생각과 농담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눈물에 값을 매길 수는 없지만, 눈물은 대부분 엎질러진 물처럼 주워 담을 수 없기에..


‘대부2’는 남자들의 인생 영화이고, 대부분의 대사를 줄줄 외우는 덕후를 자주 만나 볼 수 있다. 3시간이 넘지만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비즈니스 처세술이 녹아있다. 누구에게나 한번 보기와 다시 보기를 추천한다.

이 영화에서 돈 콜레오네의 첫째 아들 소니 콜레오네는 인간적인 따듯함을 지녔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다혈질의 성격으로 여러 문제를 자초한다.

상대편 마피아와의 협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참지못하고 내뱉는 소니를 제지한 후 미팅이 끝나자아버지 돈 콜레오네는 소니에게 말한다 “네 생각을 절대 남한테 (가족 외에는) 알게 해서는 안된다”. “Never let anyone, outside family,know what you’re thinking!”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소니는 결국 영화 속에서 경솔한 행동탓에  허무하게 살해 당하고 만다. 대부 2의 명대사 “난 평생 부주의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 여자와 아이들은 경솔할수 있지만, 남자는 안돼.. “와도 일맥 상통한다.


눈물도 서랍 속에 숨겨야 그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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