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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미 Aug 12. 2021

자연에는 색이 있다

라켓소년단 명장면을 꼽으라면요?

며칠 전 라켓소년단 마지막 회를 보는데 이런 대사가 나왔다. 여름이 무슨 색이냐고 도시사는 손자에게 물었더니 도시는 매일매일이 회색이라고 했다고. 하지만 자연에도 색이 있고 그 안에도 사람이 산다고. 그리고 배경이 여름에서 가을, 겨울, 봄, 다시 여름으로 바뀌었다.


그 장면을 보고 '와! 이거다' 싶었다.

돌이켜보면 서울 살 때는 창 밖을 바라볼 일이 잘 없었다. 회사에는 큰 통창이 있었지만, 가끔 커피 내릴 때를 제외하면 짬을 내서 창 밖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고, 집에서는 맞은편 건물에서 내가 보여서, 또 여름에는 에어컨 때문에 문을 닫아두고, 겨울엔 추워서 문을 닫아뒀기 때문이다.


철원으로 이사 오고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람들의 옷차림이 아니라 자연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거다.

철원 집은 서울 집과 다르게 모든 유리창이 투명하다. 그래서 집 안 어느 곳에서도 하늘과 산, 들이 보인다.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구름 모양이 어떤지 눈만 떠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네 산책이라도 나가면 옥수수가 지난주보다 한 뼘 자랐다던지, 벼가 노랗게 익었다던지, 계절의 변화와 드라마에서 말했던 자연의 색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서울에서는 없었던 산책을 할 수 있는 여유, 창 밖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지금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라켓소년단에서 시골 동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풍경이 우리 동네 같아서,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도시 부부가 할머니네 봄동을 차로 밞은 것처럼, 남편도 뒷집 할머니의 식물을 차로 밟은 적이 있다.)


내가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걸 작가님이 저렇게 멋지게 표현해주셔서, 개인적으로  장면이 라켓소년단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강이 세윤에게 고백하고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소리 질렀다.)


7 동남아마냥 더웠던 날씨가 무색하게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그래서 철원의 겨울을 걱정하며 적어보는 라켓소년단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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