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소년단 명장면을 꼽으라면요?
며칠 전 라켓소년단 마지막 회를 보는데 이런 대사가 나왔다. 여름이 무슨 색이냐고 도시사는 손자에게 물었더니 도시는 매일매일이 회색이라고 했다고. 하지만 자연에도 색이 있고 그 안에도 사람이 산다고. 그리고 배경이 여름에서 가을, 겨울, 봄, 다시 여름으로 바뀌었다.
그 장면을 보고 '와! 이거다' 싶었다.
돌이켜보면 서울 살 때는 창 밖을 바라볼 일이 잘 없었다. 회사에는 큰 통창이 있었지만, 가끔 커피 내릴 때를 제외하면 짬을 내서 창 밖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고, 집에서는 맞은편 건물에서 내가 보여서, 또 여름에는 에어컨 때문에 문을 닫아두고, 겨울엔 추워서 문을 닫아뒀기 때문이다.
철원으로 이사 오고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람들의 옷차림이 아니라 자연을 보고 계절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거다.
철원 집은 서울 집과 다르게 모든 유리창이 투명하다. 그래서 집 안 어느 곳에서도 하늘과 산, 들이 보인다.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구름 모양이 어떤지 눈만 떠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네 산책이라도 나가면 옥수수가 지난주보다 한 뼘 자랐다던지, 벼가 노랗게 익었다던지, 계절의 변화와 드라마에서 말했던 자연의 색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서울에서는 없었던 산책을 할 수 있는 여유, 창 밖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지금은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라켓소년단에서 시골 동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풍경이 우리 동네 같아서,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도시 부부가 할머니네 봄동을 차로 밞은 것처럼, 남편도 뒷집 할머니의 식물을 차로 밟은 적이 있다.)
내가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걸 작가님이 저렇게 멋지게 표현해주셔서, 개인적으로 저 장면이 라켓소년단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강이 세윤에게 고백하고 포옹하는 장면에서는 나도 소리 질렀다.)
7월 동남아마냥 더웠던 날씨가 무색하게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 그래서 철원의 겨울을 걱정하며 적어보는 라켓소년단 감상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