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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미 Dec 29. 2022

혼자만의 시간

습관 만들기

항상 꿈꿔오던 내 삶의 모습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차를 마시고, 업무 시작 전에는 샤워를 하고. 

음식은 유기농 채소로 최소한의 조미료만 사용하여 건강하게 먹고, 먹고 나서는 바로 설거지를 하는.

그래서 집안은 항상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점심시간엔 산책을 하면서 자연의 사계절을 느끼는.

기록을 즐겨하고, 경제 공부를 위해서 팟캐스트를 즐겨 듣고, 틈틈이 독서를 하는 삶.

요가와 명상을 즐겨하여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고,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며,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삶.


그리고 꾸준히 꿈꾸는 것에 비해 많이 실천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리고 최근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주말부부 생활 끝에 1년 6개월 남짓 함께 살았던 남편은, 12월 26일 GOP로 올라갔다. 주말부부로 돌아간 것 같지만, 앞으로 남편은 주말이나 평일 상관없이 일주일에 이틀 집에 올 것이고, 예전에는 서울에 있어서 친구들이라도 자주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아는 사람 없는 철원에 있는데, 이 큰집에서 혼자서 지내는 셈이다.


남편은 GOP에 가게 될 기회가 생겼을 때, 내 의견을 물어봤다. (내가 거절해도 이미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나는 내가 상대의 삶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잘 판단하라고만 대답했다. 

처음 남편이 GOP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많이 슬펐지만, 이곳에서도 헬스, 테니스, 베이킹의 수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낼 콘텐츠가 충분히 많았고, 시골 생활에 필수품인 차를 남편이 사준다고 해서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남편 휴가에는 위수지역에서 벗어나 캠핑을 다니고, 어서 운전을 더 능숙하게 해서 평일 저녁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했을 뿐이다.


그리고, 결혼 3년 만에 우리에게 아이가 생겼다. 그동안은 친정도, 시댁도 없는 곳에서 일을 하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걱정이 되어서 계획을 계속해서 미루고만 있었는데, 올해 봄이 지나면서 처음으로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GOP행이 잠정적으로 결정되고 늦은 여름 임신한 사실을 알았다. 혼자 겪여야 할 임신 후기와 돌까지의 육아가 너무 걱정되어 울기도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일이면 임신 22주 차이다. 그렇게 나는 임신중기에, 아는 사람 없는 철원에, 이 큰집에 혼자 남겨졌다. 임신을 하자 테니스는 할 수 없는 운동이 되었고, 헬스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걱정이 되어서 꺼려졌다. 입덧 때문에 베이킹 클래스도 등록하고 몇 번 나가지 못했다. 하지만 퇴근하면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크게 지루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주부터 퇴근 후 삶이 너무나도 무료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출산을 하면 내가 꿈꾸던 삶(전반적으로 여유로움이 필수여야 할 수 있는 것들)을 살기 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부터 출산 전까지의 120일이라도 나의 혼자만의 시간을 내가 꿈꾸던 삶으로 채워보려고 한다.

이번주에 내가 했던 건 아침에 차를 마시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 설거지는 바로바로 하고, 집은 최대한 치우지 않아도 되도록 단정하게 정돈해 두는 것. 일기도 꾸준히 썼고, 일하면서 명상도 하루는 시도해 봤다.


어쩜 상황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아닐까. 새해에는 내 마음을 고요하게, 평온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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