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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May 13. 2024

당신의 자소서는 위인전이 아니다. 소제목을 꼭 달아주자

바쁜 평가자들은 당신을 모른다. 친절히 소제목을 달자.

U군, 이 문단에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볼드체와 밑줄 긋기가 불가능한 자기소개서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자기소개서는 해당 기능 자체가 막혀있다.
하나라도 더 이 회사와 직무에 내가 적격자임을 강조해야하는 취업준비생들은

절실함을 담아 내용들을 꽉 꽉 담아넣지만,

정작 나열에 집중하다 “정리”를 놓친다.


읽는 사람 입장에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뜻이다.
'지금부터 이 문단은 이런 이야기를 하겠습니다'라는 가이드를 주는게 그리 어려운가?
소제목 없는 자기소개서는 마치 처음 보는 시나리오가 일관성도 없이 매 챕터마다 각기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해놓아서, 결국 주인공의 페르소나에 대한 가늠이 불가한 참극이 될 확률이 높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솔직히 이런 대답을 많이 할 것이다.

"쓰라고 나와있지도 않은 소제목을 쓰는게 맞아요?

오히려 튀어보일까봐(남들과 달라보일까봐) 마이너스 요소일 것 같아서 못 쓰겠어요."


이해한다.

자소서를 쓰면서 나도 가장 ‘민망했던’ 궁금증인데,

소제목을 쓰라고 나와있지 않은데 그걸 무시하면서 소제목을 각 항목 답변마다 달아줘도 괜찮은가?


시키지 않은 것을 하는 것도 불편한데, 괜히 더 튀어보이고 싶어서 ‘소제목달기’라는 유행*을 좇는게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 아닐까하는 그런 '시키지 않는데 뭔가를 더 하는 느낌의 부담감'과의 불편한 동거.

 * 다행히 소제목달기는 유행은 아니다. 내가 처음 자소서를 쓰던 15년 전에도
   이미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이 이미 널리 쓰고있었으니 안심하자
경쟁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회사에 어필할 것을 어필하지 못한다? 그건 겸손이 아니라 도전을 피하는 겁쟁이다. 회사에선 도전을 피하는 소심한 신입사원이 전혀 필요 없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당신은 소제목을 꼭 써야 한다.

내가 지금부터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어떤 프레임을 가지고 내 글을 읽어줘야할지,

소제목에 결론(난 이런 사람이다)을 주고, 내용으로 구체화하고 입증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평가자들은 질문을 읽지 않아도 '자기소개서의 몇 번째 항목이 어떤 질문이고, 회사가 이 질문을 던져놓은 이유는 어떤 목적이고, 이 답변들 속에서 무엇을 봐야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당신의 자소서를 읽기 전에 이미 수십명의 자소서를 읽어 내려왔으니까.


모두가 아는 배우나 희극인이 나오는 리얼 다큐멘터리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일반인들이 나오는 개인 채널의 브이로그(또는 회사 채널에서 다루는)이 인기 없는 이유는 

‘주인공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다.  


우리는 유명인이 아니기에, 자기소개서에 최대한 많은 가이드를 줘야한다. 

이를 위해서, 소제목으로 문단을 예측하게 하여 버퍼링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평가자가 내 소개서를 읽는 방향을 '내가 쓴 방향'에 맞게 맞춰서 함께 읽어나가게 만들어야한다.


빠르게 훑어내려가는 그들의 눈에 어떤 흔적이라고 남기기 위해서,

지난 챕터에서 나는 '객관적 지표'를 적극 활용한 당신의 성과와 업적을 남기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늘은 여러분이 회사에 들어가면 당장 마주할 수 있는

'자기 PR'과 '적극성'의 부분을 드러낼 수 있는 '소제목 달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 2개의 에피소드를 본 분들은 예상하시겠지만,

나는 단순히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해 첨삭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취업 준비에 임하고, 자기소개서를 곧 회사에서 선배로 만날
'어른의 관점'에 맞게 작성하며, 그 과정 자체가 '취업 이후의 나'를 만든다는
중장기적인 성장하는 직장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취업은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취업 이후에 '바로 닥쳐오는' 어른의 세계를 우리는 준비할 시간도 없이 마주하게 된다. 자기소개서를 대하는 '도전'들도 하나둘 모여 우리를 만든다.

쉽게 생각해보자.

입문 교육이 끝나가는 마지막 주차 월요일-

인사 담당자가 차례로 부서 배치를 위한 면담을 하고 있고, 당신의 차례가 왔다.

당신은 마케팅팀에 가고 싶고, 그 중에서도 북미 지역을 맡고 싶다.


길어봐야 10분에 불과한 인사 담당자와의 면담에서,

자기소개서를 쓰던 그 이상의 자신감과 결의를 가지고 내가 원하는 부서를 정확히 말할 것인가

다른 동기들도 가고싶어하는 부서인데 괜히 나만 튀면 안좋아보일까봐 아무데나 보내달라고 할 것인가


간단한 대답같지만, 사실 이런 일들은 언제나 당신에게 다가올 수 있는 선택의 기로다.

믿기 어렵겠지만, 대부분 '내가 원하는 바 보다 남의 눈'을 의식한다.


그래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말하지 못하고, 기회를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런 '남을 의식하는 성향'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기재하는 소제목 하나에도,
우리는 이렇게 고민하는 것이다. 튀면 안된다고 배웠으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굳게 이를 악물고 다시금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봐야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돌이켜봐야한다.


남들이 달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나를 잘 알리기 위해 달아야한다는데!
모든 건물에는 청사진이 있다. 청사진을 보고 그 기능과 완성이 된후 두가지 모두를 연상해내는 것이 전문가다. 자소서는 청사진이고 완공은 여러분의 취직이다. 전문가는 평가자!
사실, 소제목을 단 답변은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고마운 도구가 될 수 있다.
소제목으로 방향을 가늠하고 뒤이은 설명문을 읽고 난 뒤, 평가자는 두가지 판단 중 하나를 한다.
“얘는 순 거짓말이구나” 또는 “이 친구 얼굴 한번 보고 싶구나” 라는.


선배의 입장에서 가장 훌륭한 후배의 역량은 알아서 고민하고, 자기 논리를 펼치는 후배다.

업무에 대한 기본 자세가 되어있는 이런 친구는 방향만 잘 알려주면 되니까, 좋아할 수 밖에.

더군다나 그가 제시하는 고민의 결과가 이따금 선배의 일을 덜어 주는 역할까지 하게되니, 금상첨화 아닌가.


마찬가지다. 

한줄의 가이드를 달아주는 것으로, 이런 효과를 충분히 노릴 수 있다. 

질문 바로 아래에 달아줄 수 있는 소제목을 깊이 고민해보자. 


평가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결론부터 알려주는” 지도를 펼쳐주자.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남의 회사'가 아니라,
'내 역량을 가지고 곧 들어갈 내 회사'라고 생각해야한다.


그렇게 정신을 무장하면 우리는 더이상 남에게 쓰는 것이 아니라,

내 글을 읽고 뽑아준 선배들에게 입사 후 나를 입증하는 과정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보고는 결론부터 짧게. 

그리고 부연설명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뒤에 따르게.

이 단순함은 어느 사회를 가도 통하는 규칙이다. 국내든 해외든, 영업직이든 행정직이든.


자기소개서에서부터 미래 회사 선배들에게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수행해보자. 자신있게!


명심하자. 같이 일하고 싶은 후배는 자기소개서에서부터 티가 난다.

이 정도로 소제목의 중요함에 대해서 설명했으니, 간단한 소제목 활용법을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제목 분류는 세가지 정도가 될텐데, 질문에 맞게 사용해보자.


1. 어려움을 극복했거나, 개선과 성과를 이룬 유형

Before-After를 정확히 나눠서 표현해주기

해결하기위한 본인의 노력과 성과 알리기

이를 통해 어떻게 내가 성장했는지 보여주기

그래서 이런 준비가 되어 있으니 해당 직무와 회사에 적격임을 정의하기


2.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인격인지

1번이 문제해결이 중심이라면, 2번은 조직과 주변을 배려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줄 것

(모든 취업준비생이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본인이 "어떤 유형의 리더십"인지 알려줄것

역발상으로 펠로우십을 강조하는 것도 좋은 포인트일 수 있음(다만 수동적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 논리를 잘 짜둬야함)

100명 프로젝트의 PM을 못했어도, 규모 있는 프로젝트에서 사람들과 어떤 것을 했다는 것은 중요함(팀플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말자. 성과 내기도 어렵고 사실 주도성도 부족하지 않은가?)

관계적인 것은 중요하나, '조직의 입장에서' 풀어낸 이야기를 하자. 속상한 사람 마음 달래준 이야기 말고, 자신감 없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줬다거나 체계를 만들어 합심하는 객관적 지표를 설정했다 라든가 하는


3. 회사가 바라는 인재상에 어떻게 적합하는지

본인이 살아온 삶, 성과를 가지고 '평가자가 인재상에 대입'할 수는 없다

스토리텔링이 진행이 되며, "그래서 이런 것들이 있기에 내가 당신의 인재상에 적합"함을 알리자

홈페이지의 인재상 문구를 그대로 가져다쓰기보단, 키워드를 가져다 쓰자

인재상은 '성과' 그리고 '담아왔던 조직/그룹 내 본인의 관계 역할'을 기반하여 쓰자


가장 중요한 하나,

소제목은 무조건 한줄로 써야한다.

길게 쓰는건 모두가 한다. 다만 길게 쓰면 알아들을 확률이 줄어든다. 

그러니 핵심이 드러나는 짧은 문장을 우리는 선호하는 것이다.


자기 소개서 하나를 쓰는데도 이렇게 많은 고민과 생각이 드냐고?

당신이 이제 막 취업 준비생이 되었다면 모를 수 있다.

입사 원서를 최소 30개 정도 넣고 하나도 안 붙어보면, 고민과 생각이 몇 배로 늘 것이다.


그럴수록 멘탈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나는 결국, 내 역량과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회사에 취업을 할 것이다.
내가 쓰는 자소서를 보고 뽑은 선배들과 일할 것이다. 그리고 이 문서는 그 선배들에게
나를 증명하는 길이며, 바로 현업에 투입될 수 있는 문서의 기본을 배우고 있다" 라고.


나이가 들수록 느끼는 점은 '경험이 귀해진다'라는 점이다.

물론 지금은 힘들고 고되다. 나도 수도없이 떨어지면서 '자존감이 바닥'을 쳐본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결국은 찾아가게 된다. 나에게 맞는 길을.


하루씩 또 하루씩, 오늘에 정진하자.

내일의 당신의 기반이 될 오늘의 당신을 위해.


'문서쟁이'들이 보는 자소서 평가를 위해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해야 한다.
그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시면 좋을 것이다.

https://brunch.co.kr/@alexkidd/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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