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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Jun 03. 2024

문과생인데 첫 직장은
무조건 대기업을 가야하나요? ②

의사 결정권을 남들보다 5년 이상 빨리 가져가고 싶다면, 도전하자

대기업에 소속되어 있던 시절, 

특히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에는 나뿐 아니라 주변의 대기업에 다니던 모든 친구들은 

저마다 “00(사명)뽕“에 취해있던 시기였다. 그것도 아주 잔뜩! 


당연히 친구들끼리 조금 더 이름난 간판과 더 높은 연봉에 대한 선망만 있을 뿐, 

그 누구도 다른 선택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중견기업에 다니던 친구는 큰 목소리 없이 같이 모임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4~5년의 시간이 흘러 대리급으로 진급을 한 뒤에 하나둘씩 이직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회사의 복지나 명함을 통해 얻는 사회적인 관심에 대해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았고,

슬슬 주변 사람들의 명함보다 ‘커리어’에 관심이 두고 있었다.

내가 지금 회사에서 어떤 사람인가,
어떤 역할인가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
생각보다 늦다고? 이정도 연차가 되야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게 되니 어쩔수 없다.


바로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업무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가져가고, 

담당 프로젝트(아직 매니저는 아니고 일부 파트 담당이겠지만)에 대한 방향도 조금씩 정할 수 있는 시기니까.


조금씩 일을 가져오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자극이 될 수도 있다. 일 욕심 많고 성취감과 인정을 받고 싶은 동기들은 이미 1~2년차에 손을 들고 저 멀리로 달려나갔다.
내가 신입 사원 시절이던 십여년 전
한창 유행했던 단어는 “조기전력화”였다. 


요즘엔 굉장히 생소한 단어인데, 단순히 복사 스캔만 시키는게 아니라 

대리 급의 선배에게 바짝 붙어서 회의도 참석하고 단순 반복업무가 아닌 

부서의 핵심업무를 최전선에서 지켜보며 잔업들을 챙기면서 감을 익히라는 그런 오더가 유행했다.


대부분의 회사의 경우 현업 프로젝트가 있고, 다양한 업무에서 일부 파트의 일을 뚝 떼서 

전담을 주는 경우가 가능했고, 신입 직원에게 기초를 가르키며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조기부터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과생인 경영지원 직군들에게는 맡길 수 있는 업무 범위의 한계가 명확했다. 

아무래도 직접 대하는 현업 부서 담당자들이 최소 대리급 이상이다보니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 

전사의 예산이나 조직, 법률 등에 관계된 경영지원 업무 특성상 강도 높은 보고 체계와 연대 책임을 두어

어찌보면 담당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체계일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2년, 3년 지날수록 “회사 밖의 나”를 생각하는 직원들은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 시기부터 하나둘 회사에서 자리를 못잡는다는 불안감 또는 좀 더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잡 포지션으로 이직하고자 하는 니즈가 생기게된다.


그리고 때 마침, 중견기업에 다니던 친구가
모두가 놀랄만한 회사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당시에 우리는 그 비결을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의 이직 비결은 “연차 대비 넓고 깊은 경력”에 있었다.


장밋빛 미래만을 논하다 어느새 병든 닭이 된 우리는, 

푸념만 일삼는 술자리에서 그의 한마디에 뒷통수를 맞은 기분들 다같이 느꼈다. 


모임의 중심이 아닌 옆 자리 어딘가에 있던 그 친구가, 어느새 메인이 되어 

우리는 그에게 이직 비결을 묻고,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왔는지를 역으로 묻고 있었다.


겨우 5년도 안되서,
상황이 대역전 된 것이다.


름 난 대기업은 놓치기 싫고, 현업 동기들이나 친구들처럼 적극성있는 업무를 찾고 싶은데 

문과생에게 주어지는 현업 직무의 한계도 있고. 어떻게 선택해야할지 큰 고민이 그 자리를 가득 메웠다.


모두가 찬란한 햇살, 그리고 밤의 조명 아래에서 오늘을 즐기고 있을 때, 누군가는 달빛에 칼을 갈며 5년뒤를 준비한다. 우리의 출발은 위대했다. 그러나 5년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런 맥락에서 고민하는 대기업에 재직중인 경영지원 직군 주니어 또는 

대기업과 중견/스타트업 취업을 두고 고민하는 문과 취업준비생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우선, 문과생으로서 '당연히 대기업에 도전'하는 분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아래의 전편을 참고해주시길 바란다.

https://brunch.co.kr/@alexkidd/114


회사가 어려워질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경비'와 '투자'를 줄인다.

팔 수 있는 자산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고, 주주를 대상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렇게 특단의 조치를 취한 뒤, 

다음으로 취하는 선택은 바로 '인건비'를 줄이는 일이다.

직급 높은 사람 하나를 보내고, 직급 낮은 두 사람을 취하는 '가성비'를 선호하게 되고,

돈을 벌어다주는 현업 부서의 인력은 줄이기 부담스럽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스탭 조직의 인력은 줄이는게 '마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집에 가라고 차부장급을 생전 처음 맡는 부서에 던지는 경우 제법 봤다.)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불가한,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니면 경영지원 직군의 업무를 하면서도, '가성비 좋은 인력'이 되어야 하는데,

상술 했듯이 업무의 특성상 '뚝' 일을 떼서 '혼자 무거운 책임'을 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좀 더 Value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희망 조직의 규모를 줄이는 일이고,

자연스럽게 대기업이 아닌 중견기업 또는 스타트업을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겠다.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 요즘은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유통 공룡이 된 C사는
12년 전 아직 성장중인 회사였고, 대기업 H사, G사, L사의 홈쇼핑이나 백화점에 취직한
MD 직군의 동기들이 3~4년차가 되자, 해당 기업에서 그들에게 오퍼를 제법 보냈다.
"당연하게도" 그 제안을 받은 사람은 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지금, C사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Resume를 쓰는 친구들이 몇 보인다.
물론, MD라는 직군의 특성 상 이직이 적지 않고, 대기업에서 시작해서 다른 대기업이나
전도 유망한 플랫폼으로 이직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직무'가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준다면, 그 직무를 꼭 붙들 것.
다른 한가지는 지금 당신이 거들떠도 안보는 '유망한 회사'의 10년 뒤를 내다보라는 것.


모두가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한다. 하지만 사회는 짜장면, 떡볶이, 곱창전골, 김밥, 파스타를 모두 맛본 사람을 원한다. 경험이 적은 사람이 회사의 위기를 이겨내주겠냐는.

그렇다면 대기업에서도 프로젝트 커리어를 잘 쌓을 수 있지 않냐고?


반반이다.

우선, 대기업이면 일단은 경험하는 프로젝트 규모가 커질 수 있으니 그건 좋다. 

하지만 나의 역할이 그 정도로 올라 가려면 최소 대리급 이상은 돼야 한다. 

(이전 에피소드에서 말했듯이, 신입 때 맡게 된 업무를 최소 4~5년 정도 맡아야 가능)


대기업에 가서, 단순 하도를 주고 프로세스를 챙기고, 내가 관리하는 제품을 내려다 볼 시간도 없이

그저 모니터 안의 시리얼 넘버로 제품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내가 뭘 파는지 모르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바에는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본인 만에 커리어를 챙기면서 실무를 많이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한가지 전제 조건은, 대기업에서 좋은 고과를 받기 위해 들이는 노력 이상으로,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담당하는 업무에 대한 열정을 쏟아야하는 것은 자명하다.


반대로 스타트업이나 중견기업에서 현업 인력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 

저연차 시절부터 크든 작든 하나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PM 이 되어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업무를 하나씩 다 결정하고, 고민하고, 
시작하고 끝내 볼 수 있다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수있다는 점이
바로 '직장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인 것이다.


내가 고민하고, 내가 결정하고, 내가 회사의 예산을 투입하고,

원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시장의 반응을 위해 벤더사 또는 파트너사와 함께 고민하고,

적든 크든 결과물을 도출해내고 거기서 오는 성취감 또는 레슨런을 오롯이 안게 되면

이렇게 1년에 작은 프로젝트 두개, 5년에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10개 가까이 해볼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은 경력기술서에 쓸 수 있는 내용도 훨씬 많고,

어떤 압박 면접도 쉬 이겨낼 수 있는 '경력의 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생각만해도 흥분되고 기대되지 않나?


더군다나 회사 내의 작은 프로젝트들을 성료해가며 성취감과 인정을 받아가다보면,

분명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 등과 연계된 협력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될 기회도 온다.


거기서 만나는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이직을 제안받는 경우도 제법 봤다.

실제로 헤드헌터를 통한 이직 외에, 카운터 파트너가 이력서를 한번 넣어보라고 제안하는 경우도
자주 펼쳐지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런 경우, 내부 직원의 추천이기 때문에 이직 성공의 가능성도 훨씬 높다!


대기업 취업은 '시스템'에서 살아 남기지만, 경력 이직은 결국 '사람'이 성사시키는 일이다. 헤드헌터 이직만큼, 업무를 통해 만난 파트너의 제안만큼 강력한 추천은 없다.


다만 스텝 부서의 경우에는 가급적 중견 기업 이상의 규모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본다.

유망한 업종이든 그렇지 않든, 어찌됐거나 경영지원 직군 업무는 

어떤 업종에서도 하는 업무가 비슷하기 때문에,  중견기업 정도로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체계를 배우고, 다음 기회를 노려서 본인의 브랜드 확장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기회는 어디에나 있지만, 그 기회를 입증하기 위한 '평가'는 굉장히 냉정하다.

또, 대기업이 주는 가장 큰 베네핏 중 하나는 바로 '복지'다.

매니저 급이 될때까지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역량이 영글어서 이직 시장에 나오는' 시기까지 

도달 하는 기간 동안 대기업이 주는 다양한 복지나 인센티브 등의 부분에 있어서 

아무래도 큰 차이가 있으니, 이런 부분은 잘 고민해서 선택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다만, '사례'가 있을 뿐.

대기업 공채로 시작해서 인사팀과 현업 경험의 좋은 기회를 얻어서 열심히 노력했고,

4년을 일한 결과 '내 탤런트와 성향을 더 발휘하기 쉬운 회사', '내가 조금 더 코어 인력이 될 수 있는 회사'로

이직을 원해 현재의 공공기관으로 맨 땅에 헤딩하듯 이직한 나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그저 나에게서 시작된 이야기를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이고,

공공기관에서 실제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과 대학/연구소 분들을 대하며

느끼는 많은 것들에서, 오늘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이다.


다음 챕터에서는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에서 많이 범하는 실수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인생은 도전이다.

도전은 젊음이다. 도전하지 않으면 잃을 것이 없지만,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내가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도전하게' 사회가 나를 내몰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퇴직금을 황망하게 날리게 되는 미래가 다가올 수 있다.


그러니. 늘 도전하고, 선택하자.
지금의 당신이 가장 젊고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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