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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현 Nov 07. 2019

평범하다고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요.

미모와 생명력을 겸비한 - 산세비에리아 





저에게는 공기정화에 좋다는 이유로 들여와, 잘 죽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산세비에리아가 하나 있습니다. 저의 손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 식물 중 하나로 제가 식물에 관심을 가지기 훨씬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우리가 산세비에리아 또는 산세베리아라고 부르는 식물은 보통 산세비에리아 트리파시아타(Sansevieria trifasciata)를 의미합니다. 산세베리아가 더 익숙하지만 사실 산세비에리아가 맞는 발음이라고 하네요. 

어찌 됐든 산세비에리아는 초보들도 부담 없이 키울 수 있는 강한 생명력과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해주는 공기 정화 능력으로 많이 사랑받지만, 매력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다양한 무늬와 색깔을 가진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세비에리아는 정말 아름다운 식물이기도 합니다. 사진 속 라우렌티(로렌티)를 비롯해 콤팩타, 슈퍼바, 하니, 골든 하니 등 다양한 품종들이 모두 사랑받고 있습니다.





©JeonghyunLee





학교를 다니며 자취를 하던 시절, 작은 방에서 컴퓨터를 끼고 살던 저는 산세비에리아가 전자파를 차단해준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듣고 나에게 꼭 필요한 식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산세비에리아 사진을 찾아보고 학교에서 오는 길에 있던 꽃집에 들려 손바닥만 한 산세비에리아를 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짧고 넓적한 잎이 산세비에리아 하니(S. trifasciata ‘Hahnii’)였던 것 같습니다. 이 식물은 제가 이미 한번 소개했었지요. 그 때는 식물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식물이 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방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내가 내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는 위안이 되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 방에 살던 몇 년 동안 처음 사 왔을 때 담겨있던 작고 얇은 플라스틱 화분 그대로 건강하게 내 옆에서 살아주었는데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했네요. 학교를 마치고 이사하면서 그 동네에 남는 친구에게 사뭇 애틋한 마음으로 넘겨주고 왔더랬습니다. 





©JeonghyunLee






사는 곳을 옮겨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면서도 산세비에리아의 효능을 믿고 이번에는 조금 더 큰 놈을 얻어왔습니다. 제가 원래 키웠던 산세비에리아 하니는 좀 더 큰 산세비에리아 트리파시아타를 작게 만든 품종이지만, 그때는 작은 애가 커서 큰 애가 되는 줄만 알았지요. 처음에는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집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곳에 받침대까지 마련하여 소중히 올려놓았지만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가끔씩 엄마가 오셔서 얘 물은 주냐며 혀를 끌끌 차시고 물을 주시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 산세비에리아의 사진을 찍게 된 건 식물이 좋아지고 꽃집에서 식물들을 데려와 사진을 찍기 시작하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였습니다. 농장에서 데려온 지 얼마 안돼 깔끔한 모양새를 갖춘 꽃집의 식물들과는 달리 제가 키우는 식물들은 너무 제멋대로 자라나고 비리비리해서 사진에 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지요. 





©JeonghyunLee






하지만 식물을 조금씩 공부하고 더 다양한 식물들을 접하게 되면서 저희 집에 있던 식물들이 어느새 달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늘 보던 것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때가 식물을 가까이하며 알게 된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입니다. 원래 내 눈 앞에 있던 것이 사실 이런 것이었구나, 이렇게 생겼었구나, 이런 매력이 있구나 하고 발견하게 되는 기쁨은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느끼는 것과 매우 닮았습니다.





©JeonghyunLee






산세비에리아의 매력은 역시나 그 오랜 방관에도 거뜬히 살아남는 생명력입니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또 하나의 매력은 (사실 모든 식물이 그렇지만 특히 산세비에리아는) 모든 잎들의 색깔과 모양이 의외로 정말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노란 테두리를 가진 잎, 제각각의 얼룩무늬가 강렬한 잎, 진한 초록색의 잎, 연한 초록색의 잎이 모두 한 화분 안에 담겨 있습니다. 노란 띄와 얼룩무늬 자체도 넓이와 명도가 다르고, 잎꽂이를 해서 새로 나오는 잎에는 테두리나 얼룩무늬가 나타나지 않는 특성도 있어 한 화분 안에 똑같은 잎이 하나도 없습니다. 긴 시간을 들여 산세비에리아를 찍으며 관찰하지 않았다면 이만큼의 다양함은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알았더라도 특별히 다가오지 않았겠죠. 우리나라에서는 공기 정화 식물의 대표로, 서양에서는 뱀 식물(snake plant)이나 시어머니의 혀(mother-in-law’s tongue) 같은 다소 애꿎은 별명으로, 미모와는 상관없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 산세비에리아는 꽤 역동적이고 화려한 잎이 자랑인 식물이었습니다. 





©JeonghyunLee






한가닥 한가닥 잎을 만지며 사진을 찍는 동안 마치 오랫동안 한편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에게 나름의 정성을 들여 사과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산세비에리아는 매일 약속시간에 늦어도 한 번도 나무라지 않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친구 같습니다. 저의 무관심에도 열심히 초록을 지켰고 봄이 오면 새싹들을 만들어 내었지요. 그동안 지각만 한 것을 사과했으니 이제는 늦지 않고 나타나 관심을 보여 줘야겠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이 그렇다고 아무 때나 물을 콸콸 부어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저도 이제 알지요. 그건 과습을 싫어하는 산세비에리아가 바라는 우정이 아니니까요. 넘치게 부어주는 물로 내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누르고 산세비에리아가 필요로 하는 건 무엇인지 한 잎 한 잎 자세히 자주 관찰하려고 합니다. 산세비에리아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해줄 것 같습니다. 






©JeonghyunLee









<산세비에리라 키우기>


빛 : 밝은 빛이 충분히 드는 곳을 좋아하지만 빛이 조금 부족해도 잘 자라는 편이에요. 빛을 많이 받으면 무늬가 더 선명해지고 빛이 적으면 더 어두운 초록색을 띄게 됩니다.


물 : 건조하게 키워야 해요. 봄, 여름에는 흙이 완전히 마르면 물을 주고 날씨가 추워지면 서서히 물을 줄여 겨울에는 단수하셔도 됩니다. 물이 많은 것보다는 건조한 쪽이 훨씬 좋습니다. 저면 관수해주는 것도 좋아요. 물 준 후 통풍이 매우 중요합니다. 과습이 되면 잎이 흐물거려요.


온도 : 15도 이상에서 따뜻하게 키워 주세요. 너무 추우면 물을 주지 않아도 뿌리가 썩을 수 있어요.







제가 찍는 식물 사진과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는 이곳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40plants/


제가 찍는 다른 사진들은 이 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jhl.photo/






©Jeonghy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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