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할아버지가 되고

내게 음악가적인 재능을 묻지 마시게~

by 김정현 작가

내게 음악가적인 재능을 묻지 마시오!


성 플로리안 성당 모습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하~~ 아! 주님

저는 아직도 작곡가로써 부족한 점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매일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 괴로움을 누가 알까요? 주님은 제 마음을 아시지요?"


절규에 가까운 그의 절망 섞인 기도 속에

매일 음악을 향한 성실함과 노력이라는 댓가를 지불한 후에도, 늘 2% 정도의 부족함이

그의 영혼을 곤고하게 하였던 것 일까?

미완의 9번 교향곡을 써가는 순간에도 고쳐쓰는 습관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음악가이면서도,

구도자와도 같은 삶을 살아가며,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자신을 볼 때마다, 영혼의 채찍질을 모질게 가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날 위대한 작곡가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영예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오스트리아 린츠 근교인 안스펠덴에서 태어난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1824~1896),

그에게는 바흐 집안처럼 대대로 음악가를 배출했던 걸출한 내력도 없거니와,

음악가적인 뛰어난 재능이 어려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천재성도 없었다.

열 한명의 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나서,

학교 교장이자 교회 오르가니스트로 봉사하는 아버지에게서 오르간을 배웠다는 것이

유일한 음악적 큰 자산이었다.

15세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서 교회 오르가니스트를 맡게 된 이후로,

평생 성가대 지휘자와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으니,

그의 열심과 신실함을 기반으로 한 우직함을 따를 자는 음악사에 그리 흔치 않으리라.

아니,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 플로리안 성당안의 브루크너의 오르간


두 개의 습작 교향곡을 뒤로 하고,

영예로운 교향곡 1번을 작곡했던 시기는 1866년으로

그의 나이 40이 훌쩍 넘어서 일이었으니,

이 또한 그의 성실함을 기반으로 한 음악적 노력의 성과라 할 수 있다.

1865년 뮌헨에서 바그너 작품인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을 본 순간부터

열렬한 바그너 숭배자가 되었고, 평생토록 이 다짐도 지켰으니,

바그네리안으로써 음악적 충성도와 신념 또한 그 누구도 따를 자가 없는 메가톤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작곡가로써 영예을 안겨준 교향곡 7번은 무려 60세가 되서야 완성이 되었다.

이 곡의 창작 배경은 그가 숭배했던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특히 2악장 아다지오에서는 '바그너 튜바'의 장엄함이 곡을 감싸 듯, 울려퍼지는게,

생전에 바그너가 창시한 바그너 튜바를 위해 만들어진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곡으로 찬사를 받는 음악이기도 하다.


늘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증폭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를 수용했고,

삶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신실한 믿음이

몸에 베여, 구도자와 같은 삶을 겸허히 받아 들이며 살았던 그!


음악적 성취는 인내와 노력이라는 결과로 노후에 큰 영광을 얻을 수 있었으나,

젊은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들에게 구애를 했지만,

줄줄이 퇴짜만 맞고 거절 당하기 일쑤였다.


결국, 그는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 보고, 평생 독신으로 지내야만 했다.

아마도 하나님은 그에게 '연애와 사랑, 결혼에 관한 DNA'를 결코 허락치 않으셨나 보다.

당시 여인네들의 눈에도 브루크너는 '촌스럽고 재미없는? 꼰대같은 남자'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요샛말로 이야기 하자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이거나

'엄친아' '차도남' '품절남' '완소남' 등의 단어와는 전혀 거리가 먼 그였기에...


조금은 그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연인을 사랑하거나,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 보다,

웅장함이 파도치듯 밀려오고, 이상향의 신념이 가득한 종교성 짙은 음악이 가득한 연유일지도 모른다.


누구는 말년의 브루크너에게 그런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 세상 절반이 여자인데, 단 한 여자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 하고,

단 한번의 사랑도 얻지도 못했느냐고 채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인 것을 어찌하오리오!


초상화 속 브루크너의 어깨가 쓸쓸해 보이는 까닭이다.




뇌섹남인 브루크너를 조용히 상상해 보다. ^^ 2015. 5. 9. 佳媛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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