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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론가 Apr 07. 2017

16. 문득문득

진짜 내 모습을 마주할 때, 암흑에서 나오기

문득문득 내가 얼마나 시샘이 많은 사람이며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고,
여기저기 모난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다른 이에게 그 말도 안 되는 내 말을 내뱉었을 때-

이미 그 말도 안 되는 일로 짜증을 잔뜩 내놓고 나서, 순간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이 들 때-


그렇게 문득문득 내가 얼마나 시샘이 많은 사람이며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고, 여기저기 모난 사람인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끝없는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하다. 혼자만의 암흑 속에 빠져 나 홀로 그 이유를 찾게 되는데 때로는 정말 이유를 모르겠고, 때로는 알면서도 마음 밖에 내뱉지 않는다. 아마 내가 부끄러워서겠지.



중학생 때, 성격 좋은 친구 한 명이 있었다.

항상 웃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 모두와 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립 중학교로 규모가 크지 않아 3학년 때쯤이면 전교생을 모두 알고 있는 게 가능했는데 정말 이 친구는 중3 땐 전교생과 친구를 먹은 듯했다. 성격이 좋아 다른 친구들한테도 이 친구에 대한 험담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봐도 성격이 참 좋은 친구였다. 모난 부분 하나 없어 보이는 저 친구의 성격이 참 부러웠다. 난 여기저기 모난 부분 투성인데 말이다. 배우고 싶어도 참 그걸 배운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타고났다는 게 이런 걸까.


나는 분명 장난이라고 했던 건데, 약간은 날카로운 인상과 약간은 쎈 말투로 다른 친구에게 오해를 산 적도 꽤나 있었다. 그래서 대학 진학 이후에는 그런 장난은 삼갔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런 사소한 것들을 시작으로 대학생 때부터는 뭔가 내 성격을 보여주기보다는 내 성격을 숨기기 급급했던 거 같기도 하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 생활. 전국에서 올라온 친구들, 모두에게 낯선 학교 생활, 모두에게 낯선 서로. 물론 시간이 지나 몇 년씩 함께 하면서 내 성격을 모두 숨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대한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 노력했다. 회사에 다니고나서부터는 물론 말할 것도 없고. 나는 그랬는데, 내 친구들은 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 하하.



친구에게, 가족에게 그렇게 내가 그들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문득 내 진짜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들키기도 한다. 들키게 될 때마다 내가 그랬다는 사실에 정말 부끄러워지기도 하는데 어떻게 하면 내가 그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가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내 말도 안 되는 모습에 다른 이가 상처받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솔직해지기


되게 간단해 보이지만 되게 힘든 게 '솔직'이다.

'정직'이랑은 또 느낌이 되게 다른데 내게는 '솔직'이라는 단어는 '감정'에 더 맞닿아 있는 거 같다.


-

시샘하지 말고, '우와- 부럽다'라는 솔직한 한마디

이기적이어지지 말고, '넌 어떤 게 더 좋아?'라는 솔직한 물음 하나

모나지지 말고, '진짜 이렇게 할꺼야?'라는 나한테 하는 솔직한 충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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